대구지하철이 또다시 멈췄다. 이번에는 화재 경보기 오작동으로 추정된다.
김범일 대구시장의 지하철공사 현장 방문과 질책이 있는지 사흘 만에, 공사 측의 안전결의대회가 있은지 불과 2시간 만에 터진 일이었다.
3일 오전 11시 46분쯤 대구 지하철2호선 범어역 지하2층 역사에서 돌연 화재 경보와 함께 승객 대피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려 일부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역내로 막 진입하던 전동차는 경보와 함께 2분30초가량 운행이 중단됐다.
초교 1학년 딸아이 입학식에 다녀오던 박모(44·여·수성구 시지)씨는 "갑자기 전동차가 덜컹하더니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역내 화재가 발생했으니 승객 여러분은 신속히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와 너무나 놀랐다"며 "아이를 품에 안은 채 헐레벌떡 전동차 문을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유모(63·수성구 만촌동)씨도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경보음이 울리는 순간 예전 악몽같은 지하철 사고가 떠올라 정신이 아득해졌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구지하철공사는 이날 사고가 황사로 인한 화재경보시스템 오작동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범어역 관계자는 "자동화재경보시스템은 역내에 2%가량의 연기나 작은 먼지가 발생해도 경보음을 울릴 정도로 민감하게 제작됐다"며 "며칠간 극심한 황사 때문에 화재감지기가 일시적으로 오작동을 일으킨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지하철 승객들은 지난달 22일과 26일에 이어 3일 또다시 지하철 운행중단 사고가 발생하자, 분노를 넘어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한 시민은 "지하철공사가 앞서 두 차례 사고 원인도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이제는 황사 핑계까지 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김 시장은 지난달 29일 대구지하철공사를 불시에 방문, 잦은 운행중단 사고에 대해 직원들을 크게 질책한 데 이어 대구지하철공사는 3일 오전 공사 대강당에서 직원 2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안전 실천 결의 대회'까지 열었다. 범어역 운행 중단사고는 결의 대회가 끝난 후 불과 2시간 만에 발생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 최근 3년간 대구지하철 주요 사고 일지
◆2006년
-3월 8일 2호선 수성구청역 연기발생. 2호선 전 구간 10분간 운행 중단
-7월 24일 1호선 진천역 선로 70대 노인 숨진 채 발견. 40분간 운행 중단
-9월 6일 2호선 두류역 선로 만취한 30대 남성 떨어져 전 구간 2분간 지연
-11월 9일 1호선 송현역 50대 남자 선로 횡단. 4분간 지연
-12월 18일 2호선 반고개역 전동차 개폐장치 시스템 오류. 20분간 운행 중단
◆2007년
-1월 26일 2호선 반월당역 화재 경보기 오작동
-8월 26일 2호선 서문시장역 전동차 운행 동력장치 중단. 3분간 운행 중단
◆2008년
-2월 4일 1호선 방촌역앞 선로 14분간 신호체계 이상. 운행 중단
-2월 5일 1호선 동대구역 50대 남자 선로 추락. 10여분 운행 중단
-2월 22일 2호선 만촌역 변전소 누전사고. 30분간 운행 중단
-2월 26일 2호선 한국전력공사 순간정전 사고. 10분간 운행 중단
-3월 3일 2호선 범어역 화재 경보기 오작동
※자료:대구지하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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