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저울' 든 일반국민들
'그들만의 재판에서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재판으로'.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배심원 앞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한국에서도 벌어진다. 12일 오전 10시 대구지법 11호 법정에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이 그것으로, 국민이 사상 처음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 사법제도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왜 신청했나?=이번 국민참여재판을 처음 신청한 피고인은 강도상해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27) 씨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A씨(70·여) 집에 월세방을 구하러 온 것처럼 들어가 금품을 빼앗으려다 반항하는 A씨를 폭행했다. 그러나 A씨가 피를 흘리자 병원으로 데려가다 이를 수상히 여긴 주민에게 덜미를 잡혀 구속됐다. 혐의 내용대로라면 법에 따라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면할 수 없다.
재판을 앞둔 이 씨는 국선 변호사로부터 올해부터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지난달 10일 의사확인서를 대구지법에 제출했다. 이 씨는 검찰의 기소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고 국민참여재판에서 이를 고쳐 형량을 줄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변호인 전정호 씨는 "이 씨가 사채빚에 허덕이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데다 범행과정에서 자수 의사를 밝혔고, 피해자를 긴급구조했다는 점 등에서 배심원단의 선처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도 '자수의사 부분'이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씨가 자수하려던 명백한 의사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형에 영향을 미칠까?=이 씨의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단은 대구와 경산·칠곡·청도군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12명. 이 중 9명이 정식 배심원이고 나머지 3명은 예비 배심원이다. 검사와 변호사는 배심원 앞에서 증인·피고인 신문, 최후진술 등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법리적용이 올바른지를 입증하게 된다.
검찰은 최창민 공판부 검사와 윤중기 형사4부 검사를 재판에 참여시키는데 이들은 모의재판, 외국 사례 등을 통해 참여재판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변창훈 대구지검 공판부장은 "모의재판을 해보니 배심원들이 피고인에게 관대한 경향을 보여 재판 준비를 많이 했다.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법률적인 용어를 쉽게 설명하고 파워포인트 등으로 이해를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배심원단은 판결에 앞서 평의실에서 피고인의 유·무죄와 양형에 대한 의견을 정해 윤종구 재판장에게 제출한다. 윤 재판장은 이를 참조해 최종 판결을 내린다. 엄종규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배심원단의 결정은 재판관의 최종결정에 권고적 효력만을 갖는다."며 "시민의 시각으로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판결을 도출하는 게 이번 재판의 가치"라고 평했다.
김섭 대구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은 "지난해 모의재판에서 배심원들에 의해 유죄가 무죄로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다. 검사와 변호사가 배심원들의 감정에 호소하려면 '쇼맨십'도 어느 정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법은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31) 씨가 지난달 21일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며 오는 15일까지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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