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왠지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자선냄비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부끄러움 때문이다. 베풀어야 한다고 익히 알고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자신의 二重性(이중성)을 그저 자책할 뿐이다.
그런데 올 연말에는 죄책감이 더 심하다. 남들 다하는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현장 자원봉사 대열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상도 땅에서 서해안까지 자원봉사 가겠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도 다녀오지 못하면 '팔불출'에 들어간다고 주변에서는 야단이다.
그런데 그렇게 낙인 찍혀도 기분이 좋다. 거기에서 한국의 희망, 한국의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10년 사이, 怒濤(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거대한 희망의 물줄기를 여러 번 목격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벌어진 금모으기 운동. 분신이나 다름없는 금반지를 내놓는 할머니의 모습에 전 세계가 놀랐다. 그 행렬이 그칠 줄을 몰랐다. 쌈짓돈이지만 십시일반으로 재난을 극복하겠다는 불같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세계는 또 한번 놀랐다. 붉은 파도가 한반도를 삼켰다. 세계 4강을 위해 우리 국민은 그 뜨거운 熱情(열정)을 원없이 바쳤다. 그리고 2007년 태안 앞 바다. 유출된 기름 한 종지라도 퍼보겠다는 인간띠가 해안을 덮었다. 자원봉사자가 곧 7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몸으로 때우는 '헌신'이라는 또 다른 모습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국민적 에너지가 서해안 검은 갯벌에서 다시 불붙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뜨거운 가슴'을 가진 국민 앞에 극복하지 못할 시련이 어디 있겠는가. 무서운 폭발력을 가진 국민임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이스라엘 요단강 근처에는 두 개의 큰 호수가 있다. 하나는 죽은 바다인 死海(사해)고 다른 하나는 히브리어로 '살아 숨쉬는 바다' 라고 불리는 갈릴리 호수다. 사해는 다른 바다에서 물이 흘러들지만 아무 곳으로 흘러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살아 숨쉬는 바다'는 물이 들어오면 그만큼 물이 빠진다. 도움을 베풀지 않는 사람은 사해와 같다. 들어오기만 하고 보낼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태안반도 發(발) '살아 숨쉬는 한국'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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