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문화센터의 진화

입력 2007-12-29 07:24:47

▲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 강좌도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한 끝에 이제는 수요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 강좌도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한 끝에 이제는 수요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와인' 강좌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다.

와인강좌, 요즘 백화점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문화센터 등을 통해 내놓는 대표적인 특강 프로그램이다. 이렇듯 백화점의 특강으로는 자신을 내세우면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웰빙 강좌가 단연 인기를 끌고 있다.

각종 특강에서 지난 10년여 동안 인기를 끌었던 전통적인 주제가 퇴보하고, 와인과 커피 등과 같은 새로운 주제들이 '히트' 하고 있다.

지역 백화점의 문화센터 강좌 주제를 살펴보면 1990년대 성탄절 카드 만들기와 선물 포장법에서 2000년대 노래 배우기, 2006년 자녀교육 및 재테크, 2007년 주식투자 및 와인 강좌, 파티준비 등으로 'DIY(Do It Yourself)'에서 '자기계발'을 거쳐 '자신을 즐기고 내보이는 쪽'으로 발전했다.

◇대구의 문화센터 역사

대구에 '문화센터'라는 개념이 첫 등장한 것은 동아백화점 쇼핑점을 개점한 1984년이다. 당시의 동아쇼핑 문화센터는 2개 층을 이용한 한강 이남 최대 규모로 대구서는 최초의 체계적인 문화센터라는 명성을 얻었다. 당시 문화센터 강좌 수강생은 경제적 여유를 가진 상류층 시민들이 대다수였고, 강사는 대학 교수 또는 강사 이상의 경력을 가졌다. 강좌는 다분히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주류를 이뤘는데, 꽃꽂이·홈패션·요리 강좌 등이 대표적이었고 서예·미술·음악·시·문학 강의 등도 일부 층의 관심을 끌었다. 이 때 동아쇼핑의 한 학기 수강생은 2천여 명 정도로 주로 주부들 중심으로 짜였다.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경제 활성화 여파로 여유로움과 함께 삶의 질을 중시하는 풍조가 조성되면서 90년대 중·후반기에는 지역의 문화센터가 변혁기를 맞았다. 여유와 취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문이다. 당시 외부적으로 YMCA, YWCA 등에서 전문기술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고 백화점들은 교양중심의 강좌를 담당했다. 이 무렵 영어·일어·컴퓨터관련 강좌가 대거 등장하면서 최고의 인기 강좌로 부상했다. 이러한 취미 강좌에 대한 관심 고조는 문화센터를 곳곳에 설립하도록 하는 촉매제가 됐다.

이 시점에 대백프라자, 동아백화점 수성점·강북점이 잇따라 개점하면서 문화센터를 경쟁적으로 확충했다.

대백문화센터는 1986년 대구백화점에서 문을 열어 당시 미술·요리·꽃꽂이 등 100여 개의 강좌로 시작, 1993년 대백프라자 개점과 함께 10층에 공간을 넓히면서 주부들로부터 호응을 얻자 2003년 대백프라자 리뉴얼과 함께 11층으로 확장했다. 다목적 이벤트교실을 비롯해 교양교실, 키즈교실, 요리교실 등 모두 11개 강의실과 강의 준비실, 연습실, 유아휴게실, 고객 휴게공간 등 1587㎡의 공간과 500여 개의 다양한 강좌 등으로 시설과 규모, 강좌 면에서 대구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등 분기별 3개월 단위로 강좌를 진행(현재는 2월말까지의 제58기 겨울학기 강좌)한다.

특히 1996년 동아백화점 수성점 개점시에는 5개 강의실에 학기당 3천여 명이 수강할 수 있는 강좌를 가진 매머드급 문화센터로 인기 또한 절정에 이르렀다.

국가적인 경제위기였던 IMF 직후에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취업·창업·리폼·재활용 등의 강좌가 대거 등장했으며 미용 서비스, 요리 자격증 등 강좌가 '대박'을 터뜨렸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문화센터가 평생교육 개념을 정립하기에 이른다.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강좌가 마련됐고 학생·직장인은 물론 노년층까지 전 세대가 즐기고 배울 수 있는 평생교육의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들어서는 문화센터 이용 고객도 주부에서 다양한 연령대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문화센터 측은 영유아강좌에서부터, 직장인 강좌(오후 7~10시), 실버강좌까지 마련하는 한편 여행·레저·문화기행 등 현장체험 프로그램도 대거 보강하고 나섰다.

문화센터가 홍수(대구시내 20여 개로 추정)를 이루면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꼴로 고객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 한 학기당 수강생은 4만 5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요즘 문화센터 강좌의 여왕은 와인

올 한 해 문화마케팅의 주요 트렌드는 웰빙 바람을 타고 급부상 중인 와인이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물론이고 일반 모임 등에서도 와인전문가(소믈리에)를 초청한 가운데 특강을 듣는 등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대백문화센터가 매주 수요일 오전과 저녁 시간에 진행 중인 와인강의 등 백화점들의 와인스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와인은 당분간 문화사업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인기를 꾸준히 누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008년에도 문화강좌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와인 교육과 평가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의 보로도 와인 아카데미의 최현정 교육팀장은 "최근들어 와인이 모든 모임과 행사, 그리고 비지니스 등에서 가장 기본적인 대화 소재로 떠오르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 갈수록 와인을 제대로 알고 마시자는 층이 두터워지면서 최근들어 와인스쿨을 운영하는 백화점과 지자체 문화센터 들이 줄을 잇고 있고 수강생도 직장인에서부터 주부, 노인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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