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 태권도 열풍 "영남외대 큰 몫"

입력 2007-12-25 08:55:07

베이징 시범 뜨거운 호응

▲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07 한·중 태권도 한마당'에서 영남외국어대 시범단이 격파와 겨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무술의 본고장이라 자부하는 중국에는 우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22일 중국 베이징 조양체육관에서 열린 '2007 한·중 태권도 한마당'에 참가한 뒤 24일 돌아온 영남외국어대학 태권도 시범단(지도교수 조동희)은 중국에 불고 있는 태권도 열기를 눈으로 확인했다.

영남외국어대 태권도 시범단의 이경덕(20)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태권도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중국에서는 생각 이상으로 태권도의 열기가 대단했다."며 "개막식 축하행사로 우리가 나서 호신술, 종합격파, 태권체조 등을 선보였는데 1천여 관중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조동희(61) 교수에 따르면 베이징에만 태권도 도장이 200여 곳 문을 열고 있다. 우슈 보다 배우기가 쉬운 데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나오자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태권도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태권도를 가르치는 많은 4년제 국내 대학 팀을 제치고 영남외국어대학 시범단이 초청받은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한 일. 그러나 이 같은 성과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조 교수와 시범단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영남외국어대학 태권도학과 한 학년 정원은 60명. 이 중 시범단에 들 수 있는 인원은 1/3도 안 된다. 게다가 시범단원들의 생활은 오로지 태권도 연마에 집중돼 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데다 학교 내에서 이성교체 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정신이 흐트러지거나 팀워크가 깨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그 같은 노력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7, 8월에 연이어 열린 계명대총장배와 동아대총장배 전국태권도 품새대회에서 대학부 태권체조 부문 우승을 차지했고 11월 '2007 세계 태권도한마당'의 청·장년부 호신술과 태권체조 부문에서 1위, 4위에 올랐다.

김휘동(20) 씨는 "처음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범단에 들어갔다가 꽤 고생을 했다. 한달에 1번 쉴 뿐 하루에 8시간 이상 훈련을 해야 하니 힘들었다."면서도 "지금은 남보다 한 발 앞서 나갈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미국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싶은 꿈도 한결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굳은 마음가짐 없이는 학생들이 쉽게 문을 두드릴 수 없지만 시범단 경력을 갖게 되면 취업에 유리하고 해외에서도 이들의 실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 사범전과대학은 내년 태권도학부를 신설하기로 하고 시범단 출신 4명을 실기 교수로 채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고 미국에 자리를 잡은 조 교수의 후배는 시범단원 전원을 취업사범 자격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

일주일에 4일은 기숙사에서 시범단원들과 함께 생활하는 조 교수는 "연습 때는 엄하게 지도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단원들의 밥을 챙겨 먹이는 등 자식같이 대하려고 애쓴다."며 "비록 훈련은 고되지만 늘 학생들에게 '젊음을 불살라라. 나태해지면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한다'고 강조하며 스스로 노력하게끔 조언을 한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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