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대구·경북의 2007년

입력 2007-12-25 07:00:00

저물어가고 있는 2007년은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한해였다. 또한 다가오는 2008년은 지역민들이 곳곳에서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새해가 될 것 같다.

지난 3월 화창한 봄날, 케냐 몸바사에서의 쾌거(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는 대구·경북이 패배주의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는 서곡이었다. 여름과 가을을 지나면서 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 유치와 로봇 랜드 유치에 실패하는 아픔을 맛봤지만 올 해를 마감하는 12월 정권 교체와 함께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이 확정되면서 어느 해보다도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희망을 노래하기에 앞서 우리 지역민들은 모두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올 한해 거둔 성공과 실패는 지역민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단합된 힘을 보였느냐, 보이지 못했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렸기 때문이다.

먼저 세계육상대회 유치 때 우리는 죽을 힘을 다했다. 방관자적인 자세로 임한 정부의 무관심을 이기고 대구시민들은 단합된 힘으로 쾌거를 일궈냈다. 경북도민들도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등 힘을 보탰다. 국제육상연맹(IAAF)의 대구 실사 때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아낌없는 환호로 실사단을 감동시킨 점은 대구 유치의 결정적인 힘이 됐다. 경제자유구역 확정 역시 시·도민들이 한목소리를 낸 덕분이다. 대구·경북이 경제자유구역으로 확정된 것은 올 한해 최대 경사로 시·도민들이 오랜만에 일치된 힘을 보여준 사례다. 지역 정치계가 여·야 구분없이 힘을 합쳐 경제자유구역 지정 결정권을 쥔 정부를 압박한 점도 돋보였다. 경제자유구역 확정은 지역 경제계와 정치계, 관계, 학계의 합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면 자기부상열차 유치 때 대구는 노선을 놓고 학계와 주민들이 대립하면서 유치전 막판 인천에 뒤집기를 당했고 로봇 랜드 역시 대구와 경북이 서로 경쟁하면서 유치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올 한해 성공과 실패를 통해 우리 지역 사회와 지역민들은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본다. 시·도의 공무원들은 분명한 콘텐츠를 갖고 문제에 접근해야 하고 학계와 경제계는 이를 뒷받침하는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지역 문제에 대해서만은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각오를 다졌을 것이다. 여론을 만들어가는 지방의회와 시민단체,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방의회와 시민단체는 민원 해결에 급급한 동네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지역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야 할 것이고 언론은 단순히 존재를 알리기 위한 막무가내식 여론몰이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의회와 시민단체, 언론은 지역 발전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무엇보다 일류도시를 만들겠다는 지역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많은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더욱 활기 넘치는 대구·경북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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