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맺음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 문호 셰익스피어의 명언이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은 더욱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일은 끝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매사에 유종의 미가 있어야 한다. 작심삼일은 인간의 수치이며 용두사미는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정말 웃는 사람이다.
2007년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 다사다난했던 아쉬움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고 한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한 해를 돌이켜본다. 진지한 성찰은 깊은 각성을 낳는다. 그래서 '반성이 없는 생활은 살 가치가 없다.'고 철인 소크라테스는 갈파했다.
우리는 숙연히 자아를 성찰하고 힐문하고 책망하고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다운 생각이다. 송구영신의 엄숙한 길목에 서서 세 가지의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자. 첫째, 금년 한 해를 나는 얼마나 성실하게 살았던가. 둘째, 한 해 동안에 과연 나는 무엇을 이루어 놓았는가. 셋째, 얼마나 보람 있는 한 해였나.
먼저 성실의 거울 앞에 서자. 성실은 인생의 대본이요, 마음의 뿌리다. 금년 한 해를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 나의 일이나 남의 일이나, 적은 일이나 큰 일이나, 사적인 일이나 공적인 일이나 나의 정성을 다하고 심혈을 기울였는가. 방심과 만심과 고심의 노예가 되어 경거망동하지는 않았는가.
조그만 이해와 물욕에 눈이 어두워 나를 속이고 남을 속이지는 않았는가. 나의 분수를 망각하고 부패와 탐욕과 몰지각의 행동을 저지르지는 않았는가.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았는가. 무기력, 무관심, 무책임, 무계획, 무성실의 허망한 생활을 하지는 않았던가.
둘째로 금년에 과연 무엇을 이루어 놓았는가. 성취가 없는 생은 무의미하다.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인생은 자작자연의 연극이다. 성취는 가치판단의 주요한 척도이다. 산다는 것은 이루어 놓은 것이고 성의없는 생은 보람이 없다.
우리는 왜 동분서주하는가. 그것은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땀을 흘리고 나의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하여 얼마나 피를 흘리고 얼마나 열과 성을 기울였는가. 1년이면 365일, 시간으로 따지면 약 8천 시간이다. 이 많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성취의 업적과 성과를 쌓지 못했다면 태만과 무사안일의 생을 보냈기 때문이다.
나의 공부는 얼마나 진보했는가, 나의 사업은 얼마나 발전했는가, 나의 인격은 얼마나 성장했는가, 나의 생활은 얼마나 향상되었는가, 나의 가정은 얼마나 행복해졌는가, 나의 능력은 얼마나 계발되었는가, 우리 사회는 얼마나 전진했는가, 우리 민족은 얼마나 성숙해졌으며 우리 국가는 얼마나 부강해졌는가를 우리는 성취의 거울 앞에 서서 자문자답해 보아야 한다.
끝으로 나는 얼마나 보람 있는 한 해를 살았던가. 보람은 행복의 핵심이요, 가치의 표준이다. '(日日時好日'(일일시호일)이라 옛사람은 말했다. 하루하루가 즐거운 날이 되고 보람 있는 날이 되어야한다. 무위도식에는 보람이 없다. 허송세월에서는 보람을 못 느낀다. 권태와 방만의 생활에서는 보람을 느낄 수 없다.
인생은 자아실현을 위한 분투노력의 과정이요, 가치 창조를 위한 각고면려의 도정이며, 목표달성을 위한 악전고투의 도장이다. 우리는 보람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보람의 창조, 이것이 생의 의미이다. 보람은 노력 속에, 성취 속에 또는 성취에 따르는 희열이다. 올해를 얼마나 성실하게 살았는가. 무엇을 이루어 놓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보람 있게 살았는가를 자문자성하면서 정해년의 막을 내리자.
전한군(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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