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아름다운 기부

입력 2007-12-07 10:51:02

최근 사망한 미국 부동산업계 여왕 리오나 헴슬리가 1천200만 달러(115억 원)를 애완견에게 유산으로 남긴 것은 '돼지에 진주'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생전에 괴팍한 성질로 악명 높았던 헴슬리는 다른 사람들이 애완견 트러블을 절대 '개'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고 '공주'로 부르게 했다. 남동생과 손자들에게는 트러블보다 훨씬 적은 유산을 남겨주었다.

주인을 닮아 성질이 고약하기로 소문난 트러블. 지금 백만장견 트러블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뉴욕 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트러블에게 손을 물려 소송을 냈다 패소한 가정부의 아들이 항소를 검토하는 등 트러블의 재산을 노린 세력이 바로 등장했다고.

놀랍게도 세상에는 애완동물 거액 상속이 드물지 않아 트러블의 유산도 액수로는 4위 정도라 한다. 1위에는 1992년 카롤레타 리벤슈타인 백작부인의 유산 6천만 달러를 상속받은 셰퍼드 '군터 3세'가 올라있다. 이 밖에 거액 상속 동물 10위 안에 침팬지, 푸들, 고양이, 거북이, 소, 양 등이 들어있다 한다. 요지경 세상이다. 지구촌 한쪽에선 굶어 죽는 아이들, 1달러로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심장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건국대 병원 송명근 교수 부부가 2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언장을 공증까지 해놓은 것이 알려져 화제다. 독자개발한 심장 판막 제품이 히트하면서 재산이 크게 불어난 송 교수는 평소 재산의 사회 환원을 결심하고 있던 중 어느 부유한 노인 환자의 수술을 앞두고 자식들이 재산 싸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심을 더욱 굳혔다는 것. 의학도인 두 자녀에게 결혼자금 3억 원씩 물려주는 것 외엔 재산이 얼마로 불어나든 사후 모두 사회에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식에게 재산 물려주기 위해 온갖 탈법도 마다 않는 우리 사회다. 정직하게 부를 축적한 사람들 역시 땀 흘려 번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한다. 송 교수 부부는 그 인지상정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버렸다. 부부의 아름다운 결단이 품어내는 향기가 그윽하기 이를 데 없다. 부모의 뜻에 다소곳이 따르는 두 자녀 역시 그 부모의 그 자녀들답다.

김경준이라는 범법자에게 온통 휘둘리고 있는 대선 정국, 대기업 삼성의 실망스러운 행태에 머리 아픈 국민들에게 이들 가족의 아름다운 기부가 모처럼 시원한 생수처럼 우리 갈증을 덜어준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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