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오른쪽 위쪽 복부 갈비뼈 안쪽에 있는 인체 장기 중 가장 큰 기관이다. 간은 크기만큼이나 그 기능도 매우 다양하다. 주로 담당하는 일은 각종 단백질과 영양분의 대사 및 저장을 맡고 인체에 들어오는 각종 약물 또는 독성물질을 처리하는 해독작용과 함께 이물질, 세균 등의 일차 방어벽으로 면역기능도 담당한다. 간의 이런 중요한 기능들을 방해하는 간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원인이 만성 B형 간염이다. 만성 B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등장한 뒤 현재 20세 이하 연령층에선 감소하고 있는 추세.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 인구의 7~10%가 감염돼 있을 정도(국내 만성 B형 간염 보균자 200만 명 이상)로 만성 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만성 B형 간염이란?
간염의 대표적 원인에는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것이 만성 B형 간염.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6개월 이상 바이러스를 보유하면서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반면 6개월 이상 B형 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이 양성 반응을 보이나 자각증상이 없고 바이러스의 증식 없이 간 기능이 정상인 경우는 B형 간염 건강보유자라고 한다. 건강보유자인 경우에도 앞으로 만성 B형 간염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B형 간염의 감염은 주로 혈액을 통해 이뤄지며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출산할 때 혹은 출산 직후에 어머니로부터 아기에게 전염되는 수직감염이 국내에서는 가장 중요한 감염 원인이었다. 또 비위생적인 의료기구, 침, 부황, 면도기, 문신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가족 가운데 만성 B형 간염 보유자나 환자가 있다면 가족들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하며, 성 관계 때는 콘돔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술잔을 돌리거나 음식을 함께 먹는다고 해서 쉽게 감염되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증상
대표적인 증상은 피로감과 전신 쇠약감이다.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을 호소할 수 있고 심한 간염이나 동반된 간 경변으로 인해 황달, 복수 혹은 혼수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평소 피로감을 많이 느껴 간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갔으나 간은 정상이라고 하거나, 평소에 건강했지만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간염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듯 간의 경우는 겉으로 드러난 변화나 자각, 타각증상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병이 진행돼도 자각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검사와 치료
혈액 검사를 해서 B형 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과 항체검사를 한 뒤 B형 간염에 감염됐는지 아니면 항체가 생성돼 면역력이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만성 B형 간염인 경우 바이러스 DNA의 농도를 측정해 바이러스의 증식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생화학적 검사를 통해 간 기능의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간암이나 간 경변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인(3~6개월 주기) 복부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혈액검사에서 간 기능이 정상으로 판정을 받아도 간경변이 진행된 경우가 더러 있다. 간경변증인 경우에는 식도에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식도정맥류가 생길 수 있어 그 여부를 알기 위해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할 경우도 있다.
만성 B형 간염은 고혈압, 당뇨와 같이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만성 B형 간염의 치료 목표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적극적으로 억제해 지속적인 간 손상을 막아 간경변이나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없어 B형 간염은 치료될 수 없는 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간염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약제들이 있다. 치료제의 선택과 치료 시기 및 기간의 결정은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 일단 항바이러스 약물을 쓴다면 임의로 중단해선 안 된다. 이런 경우 간염이 악화될 수 있으며 불규칙하게 복용하는 경우 약물에 대한 내성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예방 접종은 필수
B형 간염은 예방접종으로 쉽게 예방할 수 있다. 모든 신생아 및 성인 가운데 B형 간염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사람은 꼭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B형 간염 보유율이 높기 때문에 건강한 성인도 항체 생성 여부를 검사한 뒤 항체가 없는 경우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예방접종은 모두 3회에 걸쳐 하며, 접종을 하면 10명 가운데 9명 이상에서 항체가 생긴다. 하지만 접종 뒤 항체가 생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단념해선 안 된다. 다시 3회를 접종하거나 용량을 늘려 맞아 볼 수 있다. B형 간염은 혈액과 감염된 체액을 통해 옮기 때문에 면도기, 칫솔, 손톱 깎기 등 혈액이 묻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 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김준환 김준환속내과 원장
사진-만성 B형 간염은 간의 기능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정기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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