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만년 전 형성된 '생태계 보고'
창녕은 흔히 물과 불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즉, 서쪽은 낙동강물이 북에서 남으로 굽이쳐 흐르고 동쪽은 불기운 왕성한 화왕산 줄기가 남북으로 뻗어 있어 물과 불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물이 만든 자연의 우포늪과 불을 상징하는 화왕산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우포늪은 화왕산 북동쪽에서 발원하여 서쪽 벌판을 흐르다가 낙동강으로 유입하는 토평천의 하류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인 우포늪은 창녕군 대합면과 대지면, 이방면, 유어면에 걸쳐 있으며 늪 전체의 넓이는 약 304㏊(92만여 평)로 서울 여의도와 비슷한 크기이다. 그리고 '우포늪'이라는 명칭은 가장 큰 우포를 비롯하여 목포와 사지포, 쪽지벌 등을 모두 포함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우포늪을 구성하는 늪의 이름을 살펴보면 각각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지역민들에게 보통 '소벌'로 불리는 우포는 '소(牛)를 먹이거나 소 모양의 넓은 벌판'이라는 의미이며, 목포는 '왕버들 나무(木)가 많은 벌'이고, 사지포는 '모래(砂) 섞인 땅(地)으로 된 벌'이며, 쪽지벌은 '종이 쪽지 모양의 벌'이라는 의미인데, 앞의 세 지명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말로 된 자연 지명을 일본식 한자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우포늪은 약 1억 4천만 년 전 공룡들이 활동하던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것은 우포늪을 비롯한 경상도 일대의 퇴적암층이 형성된 시기를 늪의 형성 역사로 잘못 이해한 결과이다. 지형조사에 의하면, 하천 습지로서의 우포늪은 지구상의 네 번의 혹독한 추위가 끝난 뒤(후빙기)에 바닷물이 높아지는 시기(해수면 상승)에 해당되는 대략 6천 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시적인 습지 생태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이 광활한 늪에는 수많은 생물이 모여 살고 있다. 습지에는 부들, 창포, 갈대, 줄, 올방개, 붕어마름, 벗풀, 연꽃 등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으며, 여름이면 가시연꽃이 늪을 수놓으며, 가을이면 갈대와 억새가 물결을 이루며, 겨울이면 철새들이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 이처럼 다양한 생태계를 간직한 우포늪은 습지 식물과, 수서 곤충, 어류, 조류 등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따라서 탐방객들에게는 동식물의 생태환경을 관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포늪의 생태적 가치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이용과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 지역 주민들은 고기잡이와 우렁이, 고둥 등을 채취하여 생활해 온 삶의 터전을 잃을 것을 우려했고, 환경 단체는 자연상태의 늪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부는 우포늪 일대의 생태계에 대한 정밀생태조사를 실시한 후 1997년 7월 26일 우포늪 주변 860㏊(260만 평)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했으며, 1998년 1월 20일에는 세계습지보호를 위한 '람사 협약'에 의해 습지보전지역으로 등록되어 국제적으로 보호받게 되었다.
또한 2008년(10월 28일~11월 4일) 경상남도에서 개최되는 제10회 람사 총회의 공식 습지로 지정되어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으므로, 이 행사를 계기로 자연보호와 환경의식을 높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최희만(영남삶터탐구연구회, 오성고 교사)
참고자료 : 삶터탐구활동 길잡이(대구남부교육청)
◆ 우포늪에 대한 Q & A
▷ 우포늪은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1만 5천 년 전 빙하기가 최대였을 때 해수면은 지금보다 100m 이상 낮고, 남해는 낙동강 하구에서 60㎞나 떨어져 있어 낙동강은 폭이 좁고 깊은 골짜기였다. 그 후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여 6천 년 전부터 현재 높이에 이르고, 낙동강 하류의 저지대는 홍수로 자연제방과 습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우포는 낙동강에서 동쪽으로 7㎞ 정도 떨어져 있으며, 화왕산에서 시작된 토평천이 흘러들었다가 낙동강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토평천은 퇴적량이 적어 9.6m인 반면, 낙동강은 14~17.5m로 퇴적물이 높게 쌓여 홍수가 나면 낙동강물이 우포로 역류하고 지류인 토평천도 배수가 잘 되지 않아 평시에도 물이 고여있는 늪이 되었다. 낙동강 하류에 분포하는 자연 습지는 하구에서 40~170㎞ 사이의 지류에 발달하며, 규모가 큰 경우에는 본류에서 멀리 떨어져 대규모로 발달한다. 홍수시 본류의 역류로 형성되는 자연제방은 상류로 거슬러 가면서 낮아지고, 자연제방을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도 상류로 갈수록 작아진다. 낙동강 하류에 분포하는 이들 자연습지는 후빙기(1만 년 전후)에 형성되었다.
▷ 우포늪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을까?
계절별로 봄에는 버드나무 싹과 자운영, 물닭과 쇠물닭, 개구리알과 개구리밥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수생식물인 마름, 자라풀, 생이가래와 가시연군락, 큰 왜가리, 백로를 볼 수 있다. 가을에는 갈대와 억새, 겨울철새가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에는 큰기러기, 고니, 물떼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식물류 168종, 조류 160종, 어류 28종, 수서곤충류 55종, 포유류 12종, 파충류 7종, 양서류 5종, 패각류 5종 등이 살고 있다.
▷ 습지는 어떤 역할을 할까?
습지는 물을 담고 있는 땅으로 물이 흐르다 고이는 과정을 통하여 다양한 생명체에 서식처를 제공하고, 또한 습지의 생명체들은 생태계가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습지는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먹어 오염원을 정화하며,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습지는 생물적, 환경적 보존이 매우 중요하다.
◆ 주변에 이런 곳도 있어요!
▷ 화왕산 군립공원
화왕산(757m)은 정상부가 화구호 모양으로 생긴 지형으로 이것은 화강암이 관입할 때 융기된 고위평탄면에 해당된다. 산 정상부 동쪽에는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화왕산성이 있고, 계절에 따라 진달래와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고위평탄면의 억새밭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중앙 저지에는 용지라는 늪이 있고, 북서쪽에는 화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서쪽으로 흘러 우포늪을 적시고 있다.
▷ 창녕 진흥왕 척경비(국보 제33호)
이 척경비는 원래 화왕산 기슭에 있던 것을 1924년 만옥정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 왕이 새 점령지를 다스리는 내용과 이에 관련된 사람들을 열거해 놓고 있다. 비문의 내용은 순수의 연시(신사년 2월), 사적, 수가인물(수행원)의 세 부분으로 되어있고 인물의 기록순서는 속부, 인명, 직관, 직위를 표기하여 삼국시대 신라비문의 일반적 형식을 따르고 있다. 비문은 해서체로 글자간격은 4㎝이다. 앞부분이 마멸되어 글자가 불분명한 점이 있다.
▷ 창녕고분군 및 박물관
화왕산 서쪽의 교동(사적 제80호)과 송현동고분군(사적 제81호)으로 이루어진 대형 고분군이다. 흙을 쌓아 올려 봉분을 축조하며 내부 공간은 장방형이 되게 한 것으로 가야시대의 무덤 형태를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주변에 창녕석빙고와 향교 등이 있으며, 박물관에는 창녕의 역사와 문화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 산토끼 노래비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로 시작하는 '산토끼' 노래는 우리 동요의 대명사이다. 이 노래는 1930년 당시 이방보통학교에 근무하던 이일래 선생님이 작사 작곡한 것이다. 산토끼 노래의 발상지가 바로 학교 뒷산이라고 한다. 산토끼 노래비는 현재 창녕군 이방면 이방초등학교 교정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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