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대구 북구 복현오거리 부근의 한 술집. 이곳에서는 술잔을 들며 '라이라이(자자, 어서)'를 외치는 중국학생들의 목소리가 간간이 흘러나왔다. 이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은 중국 대학생 H씨(22.여). H씨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지 1년 정도여서 한국말이 서툰 편이지만 이곳 업주 L씨는 H씨를 고용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중국 특유의 공동체 문화로 인해 H씨가 이곳에서 일한 뒤부터 이곳을 찾는 중국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
대학마다 중국 유학생들이 크게 늘면서 대학 주변 가게에서 일하는 '중국 학생 아르바이트'까지 덩달아 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인 유학생 증가 추세에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잘 뭉치는' 중국인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유학생들의 아르바이트생 고용도 점차 늘고 있는 것.
중국인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선호하는 상점이 있을 정도다. 한국 대학생들의 선호 직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커피전문점과 달리 특별히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는 술집의 경우 중국인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 우선 순위로 삼는다는 것. 특히 중국인 특유의 공동체의식이 잦은 모임으로 이어져 중국인 대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면 이들의 모임장소까지 확보하게 돼 서로 도움이 된다는 것.
경북대 북문 주변 술집에서 한 달 반 정도 일했다는 중국인 H씨(22·여)는 "한국어가 서툴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도 벌고 말도 배우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제가 있으니까 중국인 친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문 주변 음식점에서 일했던 또 다른 중국인 대학생 R씨(25)는 "중국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어 꼭 해보고 싶었다."며 "중국 친구들이 가게를 많이 찾아줘 사장님께 칭찬도 받고 일거양득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경북대 주변의 한 술집 주인은 "왁자지껄한 중국어를 쓰는 학생들이 손님으로 오다 보니 일부는 시끄럽다며 불평하기도 하지만 중국에 온 것 같다며 신기해하는 손님들도 많다."고 했다.
또 술집이나 식당 등 한국 대학생들이 힘겨워하는 일을 우직하게 잘 해내는 중국 유학생들의 특성도 이들을 선호하는 데 한몫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술집의 한 업주는 "고용한 뒤 언어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만 시키는 대로 잘 해내기 때문에 중국 유학생들을 꺼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경북대 주변에서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은 줄잡아 30여 명. 영남대와 계명대 성서캠퍼스 등 대구·경북 대학 주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중국 유학생들이 1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가 19일 발표한 '2007 고등교육기관 교육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고등교육기관 학위 과정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총 3만 2천56명으로, 지난해 2만 2천624명보다 9천432명 늘었는데, 이중 중국 유학생이 2만 3천106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72.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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