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대상 재검토 요청 국회 묵살에 당혹…'카드' 별로 없어
청와대는 삼성 비자금 특검법이 22일 국회 법사위 소위를 통과하자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은 특검법이 법사위를 통과한 것을 환영하면서 본회의 통과를 위해 공조하기로 했으나 한나라당은 수정을 바라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에 삼성 비자금 수사대상을 재검토하고, 공직비리수사처(공수처)의 연내 처리를 요청했으나 법사위 소위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였으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대응하자는 쪽으로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23일 오전에도 계속돼,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입장을 밝히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어 보인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신당과 한나라당·민노당 3당이 대체로 합의한 상태라 특검시기만 늦출 뿐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3당의 의석수가 재의결 정족수(국회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를 넘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 당선축하금도 수사대상에 포함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청와대가 제 허물을 덮으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정치적 부담도 크다. 이용철 전 민정2비서관이 삼성으로부터 떡값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한 터라 부담은 더 크다.
그렇다고 수사대상 재검토와 공수처법 처리요청이 무시당한 상황에서 특검법을 그냥 받아들이기도 청와대로서는 쉽잖다. 청와대의 자존심 차원을 넘어 권위와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
이와 달리, 신당과 민노당은 특검법의 본회의 통과에 당력을 쏟고 있다. 신당 정동영 대선후보는 특검법 법사위 통과 직후 "선진국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은 국가청렴도와 투명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삼성도 기업의 규모뿐만 아니라 기업 운영에 있어서도 글로벌 기준에 맞는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영세 민노당 대표도 "삼성 비자금 특검 과정에서 삼성 재벌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비리와 정경유착의 행각이 철저하게 수사되도록 함으로써 경제정의 실현과 경제민주화의 역사적인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특검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데 대해 지도부가 즉각 수정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3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합의안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고 청와대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의 빌미가 될 우려가 있다."며"수사 대상에서 삼성의 불법상속 의혹 부분은 현재 재판중인 사건으로 위헌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속내는 특검법으로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더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합의안을 백지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합의를 백지화할 경우 여론의 몰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
그러면서 2002년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당선축하금'이 포함된 데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대선잔금이 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를 겨냥해 정치적, 법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고 당선축하금은 대선에서 노 대통령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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