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길 '등급제' 가시밭

입력 2007-11-21 11:01:10

수능 일부과목, 한문제만 틀려도 '2등급'…수리가·화학II 등 만점자

9등급제로 처음 치러진 2008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일부 과목에 만점자가 양산돼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되거나 1등급 점유 비율이 기준(4%)을 훨씬 넘어서는 등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교사들과 입시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리 가형의 경우 난이도 조절을 위해 어렵게 출제했다는 몇몇 문제마저 상위권 수험생들이 무난하게 풀어 만점자가 1등급 기준인 4%에 근접하거나 넘을 수도 있다는 것.

대구진학지도협의회가 대구의 고3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리 가형에 응시한 수험생 4천여 명 가운데 만점자가 160명을 넘어 4%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만점자 비율이 더 높은 재수생들의 성적을 더할 경우 대구에서는 만점자가 4%를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갑수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1등급 구분 점수를 97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만약 이보다 높아져 최상위권 수험생이 3점짜리 한 문제를 실수로 틀리는 바람에 2등급을 받는다면 원하는 대학에 지원조차 못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학원은 20일 가채점 표본을 늘려 다시 분석한 결과 수리 가형 1등급 구분 점수가 당초 제시했던 97점이 아니라 100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현재의 분석 결과로는 수리 가형 만점자가 너무 많아 1등급 구분 점수가 97점이 될 경우 1등급 점유율이 7, 8%에 이를 수 있다."며 "상위권 수험생들의 입시 결과에 상당한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고3 수험생은 "수리 가형에서 97점을 받았는데 1등급이 되면 정시모집에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지만 2등급이 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다소 낮춰 지원한 수시모집 전형이 며칠 뒤인데 참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너무나 혼란스럽다."고 했다.

한국 근·현대사, 화학Ⅱ 등 쉽게 출제된 사회·과학탐구 선택과목 일부도 만점자가 너무 많아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희 대건고 연구부장은 "상위권 대학들이 대부분 탐구영역을 3과목 반영하기 때문에 4과목을 치렀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선택 과목 수가 적었던 수험생은 대단히 불리해질 수 있다."며 "현재 고교 1, 2학년생들은 탐구 4과목을 친다는 생각을 가져야 등급제의 부담을 다소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