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비만 비용

입력 2007-11-20 10:20:41

'비만의 제국'을 쓴 그랙 그레처는 비만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만의 책임은 개인이 아니라 비만을 조장하는 사회에 있다고 주장한 그는 비만의 종주국인 미국은 비만이라는 질병을 퍼뜨리는 나라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고과당 옥수수시럽과 팜유의 사용이 급증하고 전 세계적으로 패스트푸드가 확산되면서 비만이 급증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농민 표를 의식한 미국의 정치권과 기업의 박리다매 전략,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TV 등이 비만의 진정한 배후라고 주장했다.

비만의 책임이 어디에 있든 비만으로 인해 개인이 치러야할 대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만의 불똥이 이제 주거 선택의 자유마저 제한하는 상황이다. 최근 영국의 한 통신 기술자가 직장을 구해 뉴질랜드로 이주하려다 아내와 생이별하게 됐다고 영국 신문이 보도했다. 사연인즉 뉴질랜드 이민 당국이 그의 아내가 너무 뚱뚱해서 입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남편도 먼저 비만 때문에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는데 '비만이 뉴질랜드 의료보장체계에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수개월에 걸쳐 살을 빼는 각고의 노력 끝에 뉴질랜드에서 재결합했다는 웃지 못할 사연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비만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질병'으로 규정한 바 있고, 비만에 대한 경각심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다. 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원인이라고 한다. 미국 암학회는 비만이 암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당뇨병만 해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2억 4천600만 명이 앓고 있다는데 2025년에는 약 4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처음 유엔 차원에서 '세계 당뇨병의 날'(11월 14일)을 기념했는데 결의안까지 채택돼 당뇨병과 비만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비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인도 더 늦기 전에 패스트푸드'청량음료 줄이기 캠페인을 펼치고 학교 체육시간을 늘리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비만한 사람도 '내 살찌는 데 보태준 것 있냐'고 면박만 주지 말고 비만에 들어갈 비용을 걱정해야 할 때다. 적절히 먹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만이 비만 비용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일 성싶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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