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는 문턱이 닳을 정도로 문전성시다. 지난 12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다녀갔고, 13일엔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방문했다. 14일엔 박 전 대통령의 90번째 생일을 맞아 崇慕(숭모)제가 열리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유족자격으로 생가를 찾았다. 평소에도 찾는 사람이 많지만 유명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진 것은 바야흐로 선거철로 접어들었다는 증거다.
구미시 상모동에 위치한 생가는 1917년 그가 태어나 1937년 대구사범을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곳인데 지금도 황토 벽에다 초가집 지붕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1929년에 박 전 대통령이 모친과 같이 심었다는 감나무까지 그대로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다양한 역사적 평가의 굴절 속에서도 그가 이룩한 '산업근대화의 초석'과 '탁월한 지도력에다 애국애족 정신'은 지금도 국민들 정서에 절절이 녹아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국가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때면 그의 정신은 더욱 빛을 발한다. 상당수 선거출마자들이 출사표를 던진 후 첫 번째로 찾는 곳이 박 전 대통령 생가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그런데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2㎞ 떨어진 곳에는 자유당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창랑 장택상의 생가가 있다. 구미시 오태동에 위치한 장택상 전 총리의 생가는 상당한 위용을 자랑하는데 고택 안채의 모습은 一字(일자) 집으로 주변 풍광과 썩 잘 어울린다. 안타깝게도 기념물로 지정되지 못하고 일반인의 소유로 되는 바람에 지금은 한정식 집으로 바뀌어 손님을 맞고 있다.
생가가 식당이 됐으니 호기심에 찾는 사람도 많지만 고택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 같아 박 전 대통령 생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어쨌든 큰 일을 시작한 사람은 생가방문을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지 말고 제갈량이 올린 출사표의 한 구절이라도 제대로 음미하기 바란다. "어진 신하와 친하고 소인을 멀리함은 先漢(선한)이 흥성한 까닭이요, 소인과 친하고 賢臣(현신)을 멀리함은 後漢(후한)이 몰락한 까닭이다. 선제께서 계실 적엔 늘 신과 더불어 이 일을 의논하시며 환제, 영제 때의 정치 문란에 대해 탄식하고 통한하셨다."
대선이 끝나면 곧 총선이다. 첨단도시 구미에 이런 정치적 聖地(성지?)가 있다는 것 또한 이곳의 자랑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