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준다며 '유혹'…기본료 올려 '재미'
월 4만 원 안팎의 휴대전화 요금이 나오는 김대권(47·대구 달서구 용산동) 씨는 이동통신사들의 요금할인 경쟁이 남의 일만 같다.
'10초에 얼마'로 규정하는 요율형 정액제, 지정번호 할인요금제, 어떤 이통사에 통화하더라도 할인해주는 '망내외 할인' 등 이통사들이 이동통신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너무나 복잡해 골머리가 아프다.
김 씨는 "통화나 문자메시지만을 주로 쓰기 때문에 어느 상품이 유리할지도 모르겠고 요금할인을 명분으로 이통사들이 오히려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SK텔레콤이 망내 할인 요금상품 출시 후 LG텔레콤과 KTF에 이어 유선업체인 KT까지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요금 인하 경쟁이 불붙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뭔가 싸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할인을 받으려면 기본요금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석연치 않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요구하면서 기본료와 가입비도 함께 내려야 한다고 줄곧 요구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이번 요금 할인 상품을 통해 오히려 기본료를 더 얹고 있는 실정.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이종걸 의원이 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작성한 '유무선사업자의 매출대비 가입비/기본료 비중 분포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통사 전체 매출(9조 8천468억 원)에서 기본료(3조 2천640억 원)와 가입비(2천898억 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1%와 2.7%로 나타났다.
이는 이통사들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소비자가 사용하는 통화량과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소비자를 볼모로 한'땅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이라는 것.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업체별 기본료 비중은 LG텔레콤이 43.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KTF 33%, SK텔레콤이 26%로 후발업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LG텔레콤은 기본료 비중이 2005년 37.9%, 2006년 40.9%에서 올 상반기에만 2.5%포인트 높아지는 등 해마다 상승, 다른 두 업체가 2005년 이후 큰 변화가 없었던 것과 차이를 보였다.
이는 SK텔레콤과 KTF가 망내 할인 요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2천500원을 더 내는 조건을 단 반면, LG텔레콤의 경우 기본료 1천 원을 추가로 내는 할인상품 말고도 기본료 1만 5천500원(망내 20시간 무료 통화)과 4만 1천 원(망내 300분 무료 통화)의 요금제를 내놓아 기본료 확보에 더욱 비중을 둔 요금방침에 기인한다.
상반기 기준으로 이통사별 가입비 비중은 SK텔레콤이 3.6%로 가장 높았고, LG텔레콤(2.6%), KTF(1.9%) 순으로 기본료 비중과는 대조를 보였다. 이들 3사의 가입비 비중은 2005년(2.5%) 이후 소폭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유선 통신사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기본료 비중이 KT가 27.9%로 높은 반면, LG데이콤은 10.5%로 낮았다. 가입비 비중은 두 업체가 각각 1.2%와 0.9%로 이통사와 비교해서는 절반 이하였다.
이종걸 의원은 "휴대전화 요금 등 통신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 통신사들이 망내 할인을 하면서 기본료는 높임으로써 오히려 고정수입 기반을 확대했다."며 "이번 요금 할인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문제는 딱히 만족할 수 있는 요금상품이 없어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사들도 경쟁사들의 요금할인에 대해서는 "요금할인 상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실익보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어느 이통사가 혜택을 더 많이 주는지는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실토하거나 비난하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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