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연장불구 설치율 답보상태
동네 세탁소와 정부가 '회수건조기'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세척 후 석유계 용제를 사용하는 건조 과정에서 인체에 해롭고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생함에 따라 전국 모든 세탁소에 대해 유기화합물을 회수할 수 있는 건조기를 올해 말까지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제품 성능과 안전성 문제로 세탁업계의 불신과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대구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에 세탁소 회수건조기 설치를 장려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2005년 법 제정 이후 2006년까지 설치를 끝낼 예정이었다가 세탁업계의 반발로 1년을 연장했지만 회수건조기 설치율이 여전히 6.3%(6월 현재 전국 평균)에 그친 탓이다. 대구엔 모두 2천16곳의 세탁소가 있지만 설치율이 너무 저조해 통계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 대구 기초자치단체 담당들은 "올해부터 신규 세탁소는 회수건조기 설치를 전제로 영업 허가를 내주고 있지만 기존 업소들에 대해선 아무 대책이 없다."며 "보건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모든 세탁소에 회수건조기를 설치해 달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세탁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적지 않은 '설치비' 부담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수건조기 자체에 대한 세탁업계 불신 때문이란 것. 건조기 개발 업체만 30개가 넘고, 유기화합물 회수율에 따라 200만~1천만 원까지 가격 차이가 심한데도 회수율이나 성능과 관련한 정부 세부 기준이 전혀 없어 업계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 회수건조기 폭발 사고도 걱정거리다. 실제 대구에서는 지난 3월 수성구 범어동 한 세탁소 건조기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세탁소 업주는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건조기의 안전성을 불신하는 세탁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세탁업계가 사용하는 석유계 용제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중독 및 오염 위험성 때문에 제도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세탁업계가 세척 후 건조에 사용하는 석유계 용제는 유기화합물질(VOCs)을 발생시켜 신경·중추계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오존 오염을 야기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건조기 설치를 의무화했다는 것.
이에 대해 세탁업계는 "제도 시행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수많은 회수건조기 제품의 성능 및 안전도에 대한 세부 기준과 검증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법으로는 건조기 개발 업체만 배불리고 설치 후 규격 미달이나 안전사고에 따른 모든 책임을 세탁업소에 지우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