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거 한 그릇 하까?"…경상도 서민음식 '국밥'

입력 2007-11-10 07:49:15

▲ 장터국밥이든 쇠고기국밥이든 국밥은 가마솥에 끓여야 제맛이 난다. 영천시장 수육골목에서는 늘 가마솥의 국물이 펄펄 끓는 풍경을 볼 수 있다.
▲ 장터국밥이든 쇠고기국밥이든 국밥은 가마솥에 끓여야 제맛이 난다. 영천시장 수육골목에서는 늘 가마솥의 국물이 펄펄 끓는 풍경을 볼 수 있다.
▲ 영천소머리곰탕-영천시장의 장터국밥은 다른 장터와 달리 소머리곰탕이다. 전국에서 손꼽히던 영천 우시장 때문이다.
▲ 영천소머리곰탕-영천시장의 장터국밥은 다른 장터와 달리 소머리곰탕이다. 전국에서 손꼽히던 영천 우시장 때문이다.
▲ 돼지국밥-돼지장터국밥은 소고기국밥에 비해 서민적이다. 더 싸다. 요즘은 순대를 함께 넣는 돼지순대국밥이 인기다.
▲ 돼지국밥-돼지장터국밥은 소고기국밥에 비해 서민적이다. 더 싸다. 요즘은 순대를 함께 넣는 돼지순대국밥이 인기다.
▲ 쇠고기국밥-예전 큰 일이 있을 때 경상도에서 끓여내던 쇠고기국밥이 장터국밥으로 나왔다.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놋그릇에 내놓은 쇠고기국밥은 색다른 맛이다.
▲ 쇠고기국밥-예전 큰 일이 있을 때 경상도에서 끓여내던 쇠고기국밥이 장터국밥으로 나왔다.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놋그릇에 내놓은 쇠고기국밥은 색다른 맛이다.

'국밥'은 경상도의 서민음식이다. 한상 가득 차려내 놓는 전라도음식과는 다르다. 소박하면서도 정겹다. 그래선가 지역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국밥을 말았다.

5일장이 설 때면 어김없이 가마솥을 내걸고 푹 사골을 우려 끓여내는 장터국밥 역시 한가지 맛이 아니었다. 무와 파를 썰어 넣어 얼큰하게 끓여내는 쇠고깃국밥이 있는가 하면 선짓국을 듬뿍 넣고 우거지를 넣은 해장국식의 국밥도 있다. 혹은 소머리와 사골을 끓인 뽀얀 소머리국밥도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서리가 내리고 새벽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늦가을. 이때쯤이면 따뜻한 국밥 한그릇에서 늦가을 정취를 찾을 수도 있다. 아직도 화려했던 옛 기억을 잊지못하고 있는 시골장터국밥과 대도시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름난 국밥집을 찾았다.

▶영천 소머리곰탕

영천장터국밥은 소머리곰탕이다. 여느 장터국밥이 벌건 쇠고깃국밥이나 선짓국밥 혹은 돼지국밥인 것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경상도 최대의 우시장인 '영천우시장'이 지척에 있었던 때문이다. 50년째 영천시장에서 국밥집 희망식당을 하고 있는 이휘자(73) 씨는 "그때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몸이 고달팠다."고 말했다. 영천장터국밥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소머리국밥이 다 같지 특별한 차이는 없다."고 잘라말하면서도 "그래도 꾸준하게 똑같은 맛을 내야 우리 단골들한테 욕을 안 먹지."라고 쏘아붙인다.

사실 수십 년 동안 똑같은 소머리국밥을 말아내고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이 씨는 "소머리뼈와 사골만 넣고 10시간을 끓여내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국물맛이 깨끗하고 담백하다."며 국물맛의 비결을 귀띔하고는 "고기를 함께 끓이면 국물이 진해지는 대신 개운한 맛이 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틀 정도는 고아야 제대로 국물이 우러나온다고 했다.

수정식당의 손정숙(57) 씨는 "좋은 고기와 좋은 재료로 정성을 함께 넣었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다."면서 "경기가 좋아져서 재래시장이 서민들의 사랑을 더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달 2, 7일 서는 장날이 그나마 장사가 제일 낫고 여름보다는 가을, 겨울의 국밥경기가 더 낫다. 요즘엔 하루 1백 그릇 팔기가 버겁다.

이른 점심시간인데도 소머리국밥을 맛있게 들고 있던 하종수(80) 씨는 "오다가다 한 번씩 오지만 다른 곳은 안 간다."며 30년 단골이라고 강조했다.

▶돼지국밥

돼지국밥은 고령돼지국밥과 밀양돼지국밥 혹은 부산돼지국밥이 유명하다. 하지만 대구에도 오래전부터 돼지국밥이 있었다. 그 대구식 돼지국밥은 예전 성당시장 안에서 수육과 더불어 돼지국밥을 말아내던 '소두불식당'이 유명했다. 수육 한 접시에 시원한 국밥은 지금도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종로로 자리를 옮긴 박순애(53) 씨는 부추김치를 내놓는 부산돼지국밥과는 다르지만 고령돼지국밥과는 별 차이가 없단다. 돼지고기의 냄새가 전혀 나지않는 시원한 국물맛에 대해 오래전부터 식육점을 해온 탓에 좋은 고기를 골라서 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깔끔한 국물맛을 내기 위해서는 우선 돼지사골만으로 육수를 내는데 피를 깨끗하게 빼서 맑게 해야 한다. 고기를 넣지않고 10시간 이상을 끓이는데 불조절도 잘해야 한다. 고기는 육수가 제대로 우러난 다음에 넣는다. 매일매일 신선한 돼지고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시원한 맛을 낼 수 없단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돼지국밥보다는 순대를 넣은 순대국밥을 더 선호한다.

▶쇠고깃국밥

대구의 쇠고깃국밥은 얼큰한 서울식 육개장과는 사뭇 다르다. 무를 네모나게 듬성듬성 썰고 파도 큼직하게 썰어 넣는다. 가마솥에서 끓이는 쇠고깃국은 진하면서도 맑다.

대구 성서쪽에 있는 송림골가마솥국밥집의 전덕운 씨는 "어렸을 때 큰일을 치를 때마다 끓이던 그 소고깃국맛을 잊지못해 어머니로부터 배웠다."면서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내가 먹었던 그 시절 그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가마솥 쇠고깃국밥은 10시간 정도 사골을 함께 넣어 끓여낸 후 다시 고기와 무, 대파 등을 넣고 푹 끓인다. 무와 대파가 어우러지면서 달착지근하면서 시원한 맛을 함께 내게 된다.

전 씨는 "한우고기 자체가 갖고 있는 입에 감기는 듯한 고기의 생생한 맛이 국에 자연스럽게 우러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은 먹는 동안에도 식지않아야 한다. 장터국밥은 뚝배기에 담지만 이곳의 쇠고깃국은 쉬 식지않으라고 놋그릇에 담아낸다. 요즘은 밥 대신 국수를 말아먹는 것이 인기다.

글·사진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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