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 씨는 큰돈을 기부할 때 꼭 술을 마시고 결단을 내린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술을 마신다.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는 우울증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셨고,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애드가 앨런 포는 편집증과 간질병의 불운을 잊으려고 술을 남용했다. 조울병에 시달리던 화가 고흐는 '예술가의 술'이라는 압생트를 매일 마시며, 술은 자살의 원동력이 됐다. 예술가들 중에는 창작의 고통과 정신질환을 견디기 위해 술을 약 삼아 남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치지 않고는 벅찬 예술의 세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일까.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의 예술 세계와 비극적 삶을 그린 이 영화에는 술이 자주 등장한다. 16세 때부터 천재적인 기질로 독창적인 시를 써 온 랭보는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이었던 베를렌느를 만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첫 만남에서 랭보에게 술잔을 건네주던 베를렌느는 그토록 어둡고 반항적인 시를 쓴 시인이 천사처럼 고운 16세의 앳된 소년이란 것에 감탄하면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된다.
베를렌느는 궁핍한 생활과 시문학 사이에서 갈등하며 늘 술에 취해 살았다. 압생트에 취해서 만삭인 아내를 때리고, 머리카락에 불을 붙이고 자주 난동을 부렸다. 시인의 '세 번째 눈'이라고 불리는 압생트는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70도나 되는 독주로, 신경 독소를 함유하고 있어 심각한 정신장애나 알코올 중독의 원인이 됐다. 말년의 베를렌느는 초점 없는 눈동자에 검붉은 딸기코와 헛소리를 주절거리는 영락없는 술주정뱅이 행색이었다.
알코올 중독은 뇌 안에서 생기는 질병이다. 알코올은 우리의 뇌 안에 있는 쾌락중추(pleasure center)를 자극해 강력한 쾌락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쾌락중추와 연결된 보상센터는 기분 좋은 자극을 반복하게 한다. 이런 '중독의 메커니즘' 때문에 일상적인 자극은 아무 재미가 없고, 술을 마실 때 즐거움과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술을 스스로 중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중독의 파괴적인 결과를 본인이 뻔히 알면서도 계속 마실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게 되는 것이다.
김성미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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