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외국인투자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입력 2007-11-07 07:55:03

'가치투자의 귀재'워런 버핏 회장의 대구방문을 계기로 장기투자와 해외자본의 국내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유능하고 정직하며 신뢰감이 가는 사람이 합리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10년 뒤에도 이 사업이 유지될 정도로 미래가치가 높은 곳에 대한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버핏 회장의 투자철학을 말하지 않더라도, 단기적인 매출이나 이익보다는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해 주는 기업의 가치 극대화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다. 또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될 정도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가치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많이 있어 왔지만, 서로의 상관관계를 규명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기업가치가 높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를 운용하는 존 리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 전무는 "KCGF의 종목당 투자기간은 평균 7년의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한다. 한국에는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면, 투명경영이 이뤄져 주가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했다. 지배구조 개선은 자본의 국적과 무관하고, 장기투자하는 외국자본을 통해 안정적인 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본격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 왔으며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외이사제도는 이제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경우, 의무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의 상당수를 지배주주가 선임함으로써 소액주주의 이익실현과 보호에는 아직까지 미흡하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상장회사를 규율하는 증권거래법을 비롯하여 은행법, 상법 등에서도 제도적인 개정작업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우리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좋은 지배구조가 주가를 높인다는 데 대한 공감대 형성 등은 긍정적인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산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지배구조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통신업과 은행을 비롯한 금융관련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아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IMF는 아시아 11개국 중 10위로, GMI는 전세계 50개국 중 46위로, 그리고 IMD는 전체 61개국 중 52위로 평가했다. 포브스지 아시아(2007년 5월호)는 아시아 12개국 중 우리나라를 인도네시아, 대만과 비슷한 7위로 분류했으며,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에 불과했다.

무엇보다도 지역의 경우 수도권지역에 비해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많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 특히 상대적으로 좋은 지배구조를 가졌다고 할 수 있는 상장사의 숫자도 경제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상장된 업체수는 올 들어 53개가 증가했지만, 대구·경북지역은 오히려 4개가 줄어들었다. 지역상장업체 93개사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32개사와 코스닥시장 상장법인 47개사는 이미 외국인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내재가치를 보고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한 외국인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우리에게 우호적인 장기투자자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지름길이다. 투명하고 건실한 경영을 통해 우리 기업의 내재가치를 널리 알리고, '워런 버핏'과 '존 리'처럼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훌륭한 투자가들의 신뢰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래서 효율적인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구축, 유능한 CFO 선임, 투명한 배당정책 등이 하루속히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적대적 M&A와 단기투자에 따른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제도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도 도입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지역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도록 개선해야만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민들도 우량기업들의 미래가치를 쑥쑥 키워 글로벌 알짜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버핏 회장의 방문을 지역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하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투자가들을 우리 지역에 자주 초청하여 장기투자도 많이 이끌어 내어 지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계속 키워 나가야 한다.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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