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반가운 뉴스를 접하게됐다. 올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지난해보다 무려 12계단이나 뛰어올라 세계 11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엊그제 발표한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국 131개국 중 홍콩(12위) 캐나다(13위) 프랑스(18위) 등을 제치고 선두그룹을 형성했으니 자긍심에 가슴 뿌듯하다.
개혁과 경쟁력 강화는 참여정부의 '화두'인 만큼 정부로서도 성취감 또한 남다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화려한 '경제성적표'를 받아 들고서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은 왜일까.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舊怨(구원)이 있어서도 아니다. 객관적인 경제 수치로 봐서 세계 11위라는 성적에 마냥 기뻐할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 杞憂(기우)일까.
알다시피 우리 경제는 대체로 경제규모 면에서는 세계 13위이고, 교역 규모로 보면 세계 12위 정도이다. 물론 인터넷 사용 등 정보화 관련 지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종합성적이다.
그런데 며칠 전 한국무역협회가 OECD 등 각계의 자료를 종합해 발표한 우리나라의 위상을 보면 WEF의 발표와는 거리가 멀다.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48위, 생계비는 엄청나게 높아 삶의 질은 55개국 중 38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나라의 경쟁력은 투명성과 무관하지 않을 터인데 지난달 국제투명성기구(TI)의 공공부문 '부패인식지수' 공개 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5.1점, 180개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쟁력 수준이 세계 11위라고 하니 국민은 혼란스럽다. '부자 클럽'인 WEF가 한국에 선심성으로 점수를 후하게 준지는 모르지만 정말 경쟁력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한국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굴러가기만 하면 성장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아름다운 상상인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국민은 불안하다. 청년 실업, 중산층 붕괴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대한 위기감에 젖어있다. 자칫 이런 장밋빛 전망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져 국민이나 정부가 스스로 自滿(자만)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정 기관의 발표에 一喜一悲(일희일비)할 필요야 없지만 사회의 변화는 국민이 더 잘 읽고 있을 것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