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상설 소싸움장, 아직도 개장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07-10-31 10:45:32

경영진, 은행대출 받아 기업인수 '딴전'…'주식대박' 시도 의혹도

▲ 청도 소싸움 상설 경기장의 개장이 지연되면서 관리소홀로 경기장 곳곳에 먼지가 쌓여있고 거미줄이 쳐져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청도 소싸움 상설 경기장의 개장이 지연되면서 관리소홀로 경기장 곳곳에 먼지가 쌓여있고 거미줄이 쳐져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청도군이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상설 소싸움 경기장'이 641억 원을 들여 지난 1월 완공됐지만 민간사업 시행자들의 파행 경영 등 문제로 시공 7년이 지나도록 개장도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주)한국우사회 경영진은 개장 준비보다는 농림부의 사업계획 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개장할 것처럼 허위 정보를 내놓거나 부실 상장업체를 인수, 우회 상장을 시도하는 등 상식 밖의 행보를 한다는 각종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경영진의 파행 경영?

경영진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가을(9월)개장 예정' 홍보자료를 내고 현수막까지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개장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ㄱ은행에서 80억 원을 빌려 부실 상장사인 서울의 ㅌ업체를 인수한 뒤 우사회와 합병해 우회 상장을 하려다 주주들의 항의를 받고 대표 이모(31) 씨 자신이 새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ㅁ사에 되파는 등 '기업 사냥'에 열중했다.

대표 이 씨는 2년전 주총에서 신탁예금 390억 원을 우사회에 빌려준 ㄱ은행 관계자 등에 의해 선임됐으며 그후 ㄱ은행 대출금 등으로 ㅋ, ㅇ 등 몇몇 회사를 사고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사회 전현직 관계자들은 "경영진이 은행 대출금으로 우회 상장, 기업 인수 등 엉뚱한 일을 벌이다 보니 정작 경기장 개장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부실기업을 통한 우회 상장 요건을 강화, 사실상 막고 있으며 은행의 경영진 선임은 공정거래법상 불법이다. ㄱ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지만 경영진 선임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했고 대표 이 씨도 "선임될 당시 ㄱ은행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청도군과 청도공영사업공사(청도군이 2003년 소싸움경기 시행을 위해 설립한 회사)는 현 경영진을 '은행과 결탁한 작전 세력'으로 보고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경영진이 자금 유치나 경영 정상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주식 뻥튀기'와 '기업사냥'만 해왔다."며 "지난해에는 72억 원의 손실을 보며 직원 월급까지 체납해 놓고 은행에서 차입한 운영자금마저 인수합병 등의 용도로 전용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무리한 사업?

청도군의 관리감독 책임도 적지않다. 군은 당초 민간사업자에게 거액의 투자를 권유해 놓고 투자금 회수방안은 마련해주지 않아 문제를 키운 측면이 적지않다. 우사회 관계자는 "청도군이 우사회 사업을 도와주지 않은 채 자신의 감독권만 남용한 경우가 많았다."며 "올 1월 경기장이 완공된 만큼 내년 개장을 목표로 필요한 200억 원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고 했다.

소싸움경기장은 갬블(도박)사업을 목표로 지난 2000년 착공돼 공사비 641억 원(국비·지방비 88억 원 포함)을 들여 완공됐으나 2년전 초창기 사업자 강모 씨가 배임혐의로 구속되고 관련 소송이 잇따르는 등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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