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마음에 '가을' 심어주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고, 학생들의 머리와 가슴에 담아주려는 학교들의 노력이 신선하다. 단순히 독서의 계절 포스터를 그리게 하고, 독후감 숙제를 내는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오히려 학생들에게서 독서의 즐거움을 앗을 수 있다는 걱정과 고심이 비치는 프로그램들이서 더욱 반갑다.
대구 정화중학교의 경우 '밤새워 책읽기'라는 특이한 행사를 했다. 90명의 1학년 여학생들이 26일 오후 9시부터 27일 오전 6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밤을 꼬박 보냈다. 공부, 학원 수강 등에 쫓겨 평소에 읽지 못한 책을 마음껏 읽고, 미뤄 뒀던 독서욕을 시원하게 푸는 자리였다.
친구들과 함께라면 같이 있기만 해도 즐거울 나이지만 책읽기만 한 건 아니다. 9시간 가운데 책 읽기에 몰두하는 건 4시간. 중간중간 쉬는 시간과 함께 영화 한 편을 보고, 친구들과 내용에 대해 토론한 뒤 발표하는 시간도 포함돼 지루할 틈이 없었다.
평소라면 꿈속을 헤맬 오전 5시에 밤새워 읽은 책의 내용을 더듬고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으며 북 로그(Book log)를 쓴 것도 잊지 못할 일. 북 로그는 이 학교 황정순 교사가 고안해 낸 독후활동. 단순히 감상문을 쓰는 형태를 넘어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적 내용, 그에 대한 나의 입장과 이유, 책을 통해 깨달은 점과 새롭게 알게 된 점, 현실에의 적용 형태 등 세밀한 부분까지 기록하도록 함으로써 독서와 논술을 자연스럽게 연관시킨 것.
황 교사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본 뒤 토론하고 발표하고 글을 쓰는 활동으로 연결해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정착시키고 논술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학창시절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도서관에서 밤새워 책을 읽은 경험은 평생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화중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데는 여러 여건이 작용했다. 200석으로 새롭게 단장한 넓은 도서관, 오랫동안 아침독서운동을 통해 쌓아온 독서 습관, 밤낮을 가리지 않는 교사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것. 이철호 정화중 교장은 "당초 30명 정도 참가를 예상했는데 너무 많아 제한했을 정도로 학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며 "앞으로 희망 학부모까지 참여시켜 지역 공동체의 독서문화를 만드는 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성산고는 26일 교사, 학생, 학부모 등 40명이 참여하는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장소는 경남 통영에 있는 청마 문학관과 청마 생가, 김춘수 생가 등. 책에서 느낀 감동을 더욱 발전시켜 문학적 소양과 독서 습관을 기른다는 문학기행의 당초 취지 외에 뜨거운 사랑을 담았다는 점이 이채롭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교사와 사랑의 손잡기 결연을 해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과 장애우 학생, 도우미 학생 등이 함께 참여해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며 사랑과 우정을 쌓는 자리가 된 것. 안준호 성산고 교장은 "학생들에게 문학 현장을 보여줌과 동시에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