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로의 달을 보내며

입력 2007-10-29 07:12:15

정부에서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10월을 '경로의 달'로 제정한 것은 '경로효친'사상을 되살려 인간사회의 기본바탕이 되는 이 사상을 실천함으로써 노소구별 없이 더불어 잘 살아가는 복지사회를 이룩하자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敬老(경로)는 노인을 공손히 섬긴다는 뜻으로 孝(효)에서 시작된다. 자기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어버이와 같은 모든 어른을 공경하고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원래 경로의 敬(경)은 자연이나 하늘의 위대함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것으로 인간 윤리도덕의 최고 가치인 '효', 즉 부모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인간적 존중사상의 대동적 확대가 바로 경로사상으로 인간회복의 중추적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10월 '경로의 달'은 더욱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날이 갈수록 경로사상이 퇴색하고 있다. 자기를 이 세상에 존재케 한 부모마저도 단지 늙었다는 이유로 배반하는 배은망덕한 극단의 이기주의 때문에 노부모 공경은커녕 노부모에 대한 무관심과 소외, 방임, 유기, 학대, 폭력 등 많은 불행한 일들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정과 사회에서 밀려나 기댈 곳 없는 서러운 황혼의 삶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볼 때 서글프기 그지없고,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현재 노인들도 한 인생이요, 후세들을 키워 왔음은 물론 나라를 발전시켜온 공로자들이지만, 단지 나이 먹은 죄로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일이 우리 인간사회에서 어찌 있을 수 있는가?

전 인생과정을 생각할 때 노년기는 生(생)의 종말을 준비하는 단계로, 편안하게 살다가 행복하게 죽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어야 할 그 어느 세대보다도 중요한 단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건전치 못한 풍토가 이어져 누구나 고령자가 되면 또 이런 불행을 당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노인이 된다. '대접을 받고자 하거든 먼저 대접을 하라.'는 속담과 같이 내가 먼저 어른을 공경하여 '노인 존중 사회'를 이루어 놓아야만 누구나 후일 노인이 되었을 때 공경받는 사람이 되어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대로 모든 노인들이 공경받으면서 살다가 행복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더불어 행복한 인간사회' 건설을 위해 가정은 물론, 범국민적 사회 분위기 조성에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 나가야 하겠다.

김서규(전 대구시중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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