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어디서든 '불꽃으로 일컬어지는' 기암봉(奇岩峰·기이한 모양의 바위와 그 바위들로 이뤄진 봉우리)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야산의 큰 매력이다. 그 중에서도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을 기준으로 동쪽인 백운동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아침 해가 막 떠오를 때 황금색 또는 붉은색으로 물드는 가야산 바위들을 바라보노라면 황홀감마저 느끼게 된다. 근접하기 어려운 거대한 크기가 아니라, 적당한 크기로 갖가지 형상을 한 가야산 바위들에게서 우리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감하며,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비에 씻기고, 바람에 깎이고!'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유치환의 시 '바위'
잡다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온갖 시련을 이겨내며 세상을 관조(觀照)하는 바위. 그렇기에 바위는 인간에게 동경과 경외의 대상이다. 나아가 사람들은 그런 바위를 닮고 싶어한다. 바위의 멋진 겉모양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 내면에 감춰진 모습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반추해 보는 것이 바위를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가야산 바위들에 대한 헌사(獻詞)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志)'. "가야산만이 뾰족한 돌이 줄을 잇달아서 불꽃같으며 공중에 따라 솟아서 극히 높고 빼어나다…. 나는 듯한 샘물과 반석이 수 십리에 걸쳐 있다."고 했다. 그의 글처럼 가야산엔 정상인 칠불봉을 비롯 우두봉, 남산제일봉, 만물상, 상아덤 등 기기묘묘한 바위와 그 바위들로 이뤄진 봉우리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억겁의 세월이 녹아든 바위'
가야산 바위들의 나이는 몇십억 년을 훌쩍 뛰어 넘는다. 가야산국립공원에 대한 자연자원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야산은 영남육괴에 속한다. 또 이 지역 지질은 소백산 편마암에 속하는 선캠브리아기의 반상변정편마암과 흑운모편마암, 시대 미상인 회장암 및 이들을 관입한 쥐라기의 해인사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 선(先)캠브리아기는 46억 년 전부터 약 5억 7000만 년 전까지의 시대를, 쥐라기는 1억 8000만 년 전부터 약 1억 3500만 년 전까지를 일컫는다. 몇십억 또는 적어도(?) 수억 년의 세월 속에서 비와 바람, 햇빛에 깎이고 씻기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가야산의 봉우리와 능선별로 바위의 종류가 다른 것도 재미 있다. 남서~북동으로 연결된 우동봉과 칠불봉, 동성봉 능선은 회장암이 자리잡고 있다. 회장암은 색깔이 백색을 띠며 유리광택이 있고, 화산지대에서 많이 산출된다. 남산제일봉은 우리가 잘 아는 화강암, 백운동과 옥류동 계곡은 해인사화강암으로 각각 구성돼 있다.
우두봉~칠불봉~동성봉 능선은 회장암 암봉들이 능선을 따라 분포하면서, 차별풍화와 차별침식의 영향으로 요철(凹凸)현상이 크게 나타난다. 불꽃 모양의 봉우리가 만들어진 것도 이 덕분. 남산제일봉 능선은 정상부를 따라 기둥바위가 연속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백운동 계곡은 주변 능선에서 생성된 풍화산물인 다양한 크기의 낙석들이 계곡에 너덜바위층을, 하상기반암상은 낙석들이 층층이 쌓여 여울이나 급류를 형성하고 있다. 홍류동 계곡은 하상기반암을 중심으로 폭호(爆湖), 낙석, 암반 단애와 소규모의 폭포 등 화강암지역에 나타나는 하상경관이 잘 발달돼 있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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