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고충 이해하는 계기됐어요"
"이렇게 힘든 일을 그동안 묵묵히 해냈다니 동료지만 존경스럽습니다."(방송팀 이정태 씨)
"우린 몸이 힘들지만 그쪽(사무실)에선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다면서요…."(열연부 이능실 씨)
24일 오후 2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 상하의가 하나로 붙은 일체형 작업복을 입은 10여 명이 걸레를 들고 산더미만한 설비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기름때를 닦아내고 있었다. 한눈에도 일손이 서툴러 보이는 작업자들의 얼굴은 땀과 기름때가 범벅이 돼 꼬질꼬질한 모습이었다.
작업장에 투입된 지 1시간 만에 고대했던 휴식시간이 주어졌지만 작업자들은 다리·허리가 저리다며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다. 곳곳에서 "현장일이 이렇게 고된 줄 미처 몰랐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요즘 포스코 포항·광양 두 곳의 제철소가 사무실 근무자들의 생산현장 체험활동 프로그램인 '현장 QSS'(Quick Six Sigma:즉시실천)로 산업현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부터 비제조 분야를 담당하는 임직원 모두에게 1주일씩 현장에서 근무토록 했다. 임직원을 합쳐 2천700명가량의 사무실 근무자들은 현장에 투입돼 기본적인 설비교육과 근무지침을 지시받은 뒤 제철소 설비와 장비 등의 묵은 때 청소를 하고 있다. 이 업무는 현장 직원들도 보통 3∼6개월 단위로 '큰 맘' 먹고 하는 고강도 작업이어서 평소 익숙지 않은 사무직들이 해내기는 더욱 벅찬 일이다.
이날 열연공장의 송풍설비 기름때 제거작업에 투입된 서울 홍보팀 한미향(여) 과장은 "허리도 못 펼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힘은 들지만 현장 동료들의 노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압연설비투자계획실 막내격인 최경식 씨는 "현장 선배들의 노고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깨끗해진 설비를 보면서 보람도 느낀다."며 뿌듯해했다.
이번 포스코의 현장체험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제철소에 일하러 나오는 사무직들의 지휘권을 100% 현장직들에게 맡긴다는 것. 직위 직책 따지지 말고 열심히 일하며 현장의 노고를 이해하고 업무 개선점을 찾아내라는 제도취지 때문. '마스터'나 '개선리더'란 직책을 가진 현장 지휘들은 주로 과장이나 대리급이다. 이들이 임원이나 부장 등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임원 등은 안전구호를 외친 뒤 마스터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모두 16명이 기름걸레를 들고 이날 하루 동안 청소 끝에 2열연공장의 송풍설비와 철판두께 조절장치는 묵은 기름때를 벗고 연두색 제 색깔을 찾았다. 아침 현장에 들어오기 전 한자리에 모여 "우리가 맡은 설비의 색깔을 신품처럼 만들자."고 했던 다짐이 이뤄진 것. 이처럼 지금 포스코의 두 곳 제철소는 사무실 근무자들의 손에 의해 새 단장을 하고 있다.
포스코의 이 같은 사무직 현장체험 활동이 입소문으로 번지면서 포항공단은 물론 전국 대기업들이 "우리도 따라 하겠다."며 방법을 전수해달라는 청탁이 꼬리를 물고 있다. 조만간 국내 산업계에 사무직 현장체험이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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