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이에야스 家臣에게 배우라

입력 2007-10-22 11:10:07

선거판 개그 한 토막.

노무현 대통령이 중동방문을 했을 때 大選(대선)판이 궁금해 유명하다는 페르시아 점쟁이를 찾아갔다. 유리구슬을 놓고 점을 친다는 그 족집게 점쟁이는 질문을 딱 두 가지만 들어주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꼭 알고 싶은 것 두 가지만 물으라는 비서의 다짐을 받은 노 대통령이 구슬 앞에 앉자마자 물었다.

"한 번 보는 데 얼마요?"

"300달러요."

"너무 비싼 거 아니오?"

그러자 점쟁이는 주섬주섬 구슬 보자기를 싸며 말했다.

"두 가지 다 물었으니 복채나 놓고 가슈."

아차 싶었던 노 대통령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요놈의 입 때문에 이명박이 꺼는 못 물어봤네."

지금 대선 선거판에는 어느 후보가 될 것이냐는 점괘를 저울질하는 特補(특보)와 위원'간사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웬만한 모임에만 가도 ○○후보 선거대책 조직의 벼락 감투가 찍힌 명함 두세 장은 받을 정도다. 어느 후보 진영에는 副(부)위원장과 특보만 200명이 넘는다는 소문도 나돈다. 대학교수, 전직 고위 관료, 기업인, 언론인…. 그야말로 張三李四(장삼이사) 너도나도 캠프와 선거 사무실로 못 이긴 채 불려가거나 제 발로 몰려들고 있으니 特字(특자)와 副字(부자)가 넘칠 수밖에 없다.

물론 개중엔 소신 있는 정치 철학을 지닌 인물도 적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실패한 정권이 태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소명감에서 뛰어든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는 국회의원 공천이라도 따볼까 해서 줄선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학문보다는 정치판에서 떵떵거리는 일을 더 재미있어하는 '정치교수'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다 제각각 점괘를 냈을 것이다. 어느 쪽 줄이 동아줄이고 어느 쪽 줄이 썩은 새끼줄인지 점괘를 계산하고 잡았을 거란 얘기다.

여'야 어느 후보 줄에서든 개인의 정치적 취향이나 꿈을 비난하거나 나쁘게 봐서는 안 되고 그렇게 볼 이유도 없다. 다만 선거판 바깥에서 觀戰(관전)하며 비록 줄은 서지 않아도 실질적 대선 심판자인 국민들 입장에서는 엉뚱한 걱정거리가 앞선다. '저 많은 특보, 위원, 간사들을 당선 후에 어떻게 다 치다꺼리할 거냐'는 고민 아닌 고민이다.

감투 수는 뻔한데 들이미는 머릿수가 넘쳐나면 사단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표가 급하고 아쉬운 후보로서는 나중에 감투보다 머릿수가 더 많아 머리가 아프게 되더라도 우선은 자기쪽 줄에 주렁주렁 더 많이 매달려 있을수록 안심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선거판의 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후보들이 속마음에 새겨야 할 명쾌한 線(선)은 있어야 한다. 먼저 전투가 끝난 뒤에는 각자 훌훌 털고 군말 없이 제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는 인물들로 줄을 세우라.

또한, 勝戰(승전)후 그 어떤 戰利品(전리품)도 없이 일단은 빈손으로 돌아 세울 수 있는 결단과 용기를 가져라. 집권 후 그야말로 자유롭고 거침없는 실용적 인재 등용으로 국정 기능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세력을 마지막 무너뜨린 오사카 전투를 치르고 정권을 장악했을 때 이에야스의 家臣(가신)'막료들은 널려있는 승전 감투를 뒤로하고 고향 미카와로 돌아갔다. 그게 主君(주군)과 나라에 대한 미카와 무사의 진정한 충성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이에야스 또한 그들 심복들을 붙들지 않았다. 그런 정신과 의식이 도쿠가와 막부 300년, 쇼군 시대 번영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이명박 후보든 정동영 후보든 누구든 그리고 그들 뒤에 줄 서있는 수많은 특보, 위원, 간사들은 권력을 얻는 순간 먼저 자신부터 비운 이에야스와 미카와 시골 가신들의 도의와 정신을 새겨야 한다. 그럴 각오가 없다면 일찌감치 줄 밖으로 나오라. 또다시 줄 서고 줄 세우고 감투로 논공행상하는 낡은 코드 세력이 집권할 바엔 차라리 널뛰듯 하지만 이 정권이 더 낫다.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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