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풀코스 요리' 대형마트 시식코너

입력 2007-10-22 07:12:16

'풀 코스 제대로 즐기려면 마트에 가라.'

어느 광고의 카피다. 대형마트의 시식 코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대형마트에 가보면 밥·국수·떡부터 빵·과일·커피까지, 그야말로 풀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이제는 시식이 하나의 '문화'로 까지 자리잡고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시식이 즐거워' 간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시식에 관한 오해 중 하나는 '시식용 제품이 따로 있다'는 것. '시식할 때는 맛있었는데 막상 집에 가서 해먹으니 맛이 없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심리적인 요인에서 오는 맛의 차이라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시식은 즉석에서 음식을 조리하는데다 그 양이 많지 않아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

시식 행사를 하면 그 제품의 매출이 껑충 뛰어오른다. 그렇다면 시식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시식의 위력은 기호식품에서 발휘된다. 커피·음료 등의 기호식품은 시식 행사를 하면 50%정도 매출이 늘어난다. 삼겹살·과일 등의 신선식품도 20~30% 신장세를 보인다.

특히 날씨는 시식 행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 비오는 날 부추전 행사를 진행하면 맛을 본 사람들의 거의 100%가 구매를 한다고 한다. 시식은 제품 회사가 사원을 직접 파견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식 판매사원들의 역량에 따라서도 매출이 크게 달라진다.

판매량에 관계없이 월급을 받는 사원들도 있고 경우에 따라 판매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곳도 있다. 시식 행사를 하며 손님을 불러들이는 멘트도 세월에 따라 바뀐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멘트는 '건강에 좋다'는 점. '저칼로리, 저지방, 노화를 막는다' 등의 건강 관련 멘트가 고객들의 마음을 가장 잘 움직인다는 것이 사원들의 말이다.

시식을 즐기려면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시식 판매사원 인건비를 고려해 주로 주말이나 손님이 많은 저녁시간에 시식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는 것. 주말과 평일 시식상품 종류와 양은 20%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 시식판매원 조리 노하우

하루종일 시식행사를 진행하는 시식사원들에겐 그들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이마트 만촌점과 동아쇼핑 식품관 시식 판매사원들에게 그 비결을 들어봤다.

▶ 고기-중간 세기의 불 온도를 유지하되 고기는 무조건 한 번만 뒤집는다. 여러 번 뒤적이면 육즙이 빠져나가 맛이 없다.

▶ 만두-처음부터 끝까지 중간 세기의 불 온도를 유지한다. 그래야 노릇노릇하게 잘 굽힌다고.

▶ 커피-시식용 커피가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온도 차이가 있다. 냉커피의 경우 일반 가정용 냉장온도보다 5℃ 이상 낮은 차가운 물을 사용한다. 보통 팔팔 끓여 커피를 끓이는 것과 달리 시음할 때는 80~90℃ 정도의 물에 커피를 탄다.

▶ 햄-순수 돼지고기로 만들어진 햄은 계란을 입히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하지만 돼지고기에 닭고기 등의 첨가물이 있는 경우 그냥 구우면 식었을 때 냄새가 난다. 이 때문에 계란을 입혀서 굽는 것이 맛을 돕는다.

◇ 이런 모습은 꼴불견이에요!

∨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는데 일가족이 와서 전부 먹어버리고 갈 때

∨ 실컷 먹고는 '맛이 없다'며 투덜거릴 때

∨ 시식 후 한 사람은 사고 싶어 하는데 옆 사람이 사지 말라고 말리는 경우, 옆 사람이 얄미워진다.

∨ 먹고 나서 아무런 반응 없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휑하니 가버리는 손님. 판매사원 입장에서 상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맛있다' '다음에 들를게요' 정도의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 음식을 입에 넣고 '뜨겁다'고 뱉어버리고는 치우지 않고 그냥 가는 손님

∨ 커피 시음의 경우 다방아가씨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어이, 아가씨, 배달은 안되나?'라며 엉덩이까지 툭툭 치는 볼썽사나운 남자손님도 있다.

∨ 술, 와인 시음을 할 때 '아가씨, 여기 술 한잔 따라봐' '안주 좀 먹여줘' 등 성희롱에 가까운 언행을 서슴지 않는 남자 손님.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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