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 길게 드러누운
팔자 좋은 노을을 본다.
그리고 이렇게 비스듬히 앉아
노을과 각도를 맞출 수 있는
나의 행복을 본다.
참으로 긴 세월
모질게도 슬픈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진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가질 수 있음을 돌이킨다.
보잘 것 없이 작았던 한 마리 애벌레가
화려한 날개 짓을 하려고 웅크린 모양이 장하다.
추운 겨울날
불붙은 연탄의 구멍을 세어가며
물을 부어야 했던 나날들을,
새우깡 한 조각을 토막 내어
한잔에 한 번씩 빨 수밖에 없었던 나날들을,
그래서
걸을 때면 항상 발밑에서
출렁거리는 물소리가 들릴 만큼 삼켜야했던 눈물들을,
이제
그 기억만을 태우고도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
소중한 내가 되어버린 나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마음껏 태울 수 없었던 연탄일망정
그 연탄을 위해 인생을 바친 내님이,
쓴 소주와 돌려가며 핥아야 했던 새우깡을 위해
청춘을 살라야 했던 내님이,
가끔씩 머리끝까지 차오른 눈물 때문에
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나를 보다듬어시던 내님이,
아직도 나를 지키고 계시기 때문이다.
내 몸뚱아리 어느 한 조각에도
내님이 서리지 않은 구석이 없고
토하는 숨결자락에
내님이 묻어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한 나를
내 어찌 소중히 여기지 않으리오.
나의 기쁨이 내님의 슬픔을 덜고
나의 즐거움이 내님을 편하게 하는데
내 어찌 나를 슬프게 할 수 있으리오.
내가 태어난 이날을 자축하며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내님을 그린다.
불초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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