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당주인이 가장 싫어하는 말? "김치 더 주세요"

입력 2007-10-18 10:32:21

배추 올 작황 나빠 1포기 7천원까지…회사식당 김치 모자라 '김치 단협

"1번 테이블에 김치 추가요." "김치는 안 된다고 했잖아요. 차라리 생선 반찬 더 내겠다고 말씀 드려 보세요." 17일 점심시간, 포항의 한 유명 한식집에서 있은 종업원과 주인의 대화 내용이다.

김치소비가 늘어나는 겨울을 앞두고 식당마다 '김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늦태풍과 잦은 가을비로 김장용 배추의 작황이 나빠진데다 경작면적도 지난해에 비해 11%나 감소해 배추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가격 급등

17일 포항채소공판장에서의 배추와 무 경매가격은 상품기준으로 포기당 1천600원과 개당 1천700원. 지난해 같은 때와 비교해 배추는 3배, 무는 2배 반이나 비싼 가격이다.

공판장을 나온 배추·무는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값이 어느새 5천 원대, 야채가게에서는 7천 원대까지로 치솟는다.

A할인점 점장은 "준고랭지 배추 출하가 막바지에 이른 상태인데다 남은 고랭지산은 김장철과 겹쳐 출하될 예정이어서 내년 초까지 가격이 내릴 요인은 사실상 없다."고 했다.

◆김치전쟁

가격이 이렇다 보니 식당에서 김치를 더 줄 수 없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 국밥집 주인은 "4천500원짜리 밥 팔면서 김치 두어 번 주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포항공단 한 업체에선 '김치분쟁'까지 벌어졌다. 배추값이 워낙 올라 식당운영 경비를 감당하지 못한 담당부서가 김치 공급량을 줄이자 식사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김치통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자 직원들은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노사 양측은 몇 차례 협상까지 벌인 끝에 결국 종전처럼 식단을 짜겠다는 것으로 '김치단협'을 마무리했다.

일반 식당도 마찬가지다. 김치 맛이 소문난 포항 남구의 한 식당은 지난주부터 기본반찬으로 내놓는 김치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추가는 한 번만, 그것도 '개미 눈물만큼' 서너 쪽 주는 게 전부다 보니 주인은 "사람 변했다."거나 "차라리 주지를 말지, 이게 뭐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라고 했다.

◆수입 부작용 우려

이달 말부터는 김치나 절인배추 등의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치냉장고 보급 확대로 1년 동안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는 게 굳어져 버린 현실에서 배추·무의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 수입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포장김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대기업들의 비축물량은 이달 말쯤 동날 것으로 예상돼 이래저래 수입량은 급증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중국산 김치파동을 기억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수입 김치라, 별 탈 없으려나…."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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