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으로 변한 대구 달성군 천내리 아파트 사업부지

입력 2007-10-18 09:22:45

골목 곳곳 폐가…저물면 문단속 바빠

▲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나선 시행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를 연기하면서 매입한 아파트 부지가 슬럼화되고 있다. 사진은 방치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의 모 아파트 사업부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나선 시행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를 연기하면서 매입한 아파트 부지가 슬럼화되고 있다. 사진은 방치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의 모 아파트 사업부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5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모 아파트 사업부지. 동네는 황량함 그 자체였다. 시커먼 먼지를 뒤집어쓴 건물 수십여 채가 부서지고 내려앉아 있었다. 구불구불한 골목 곳곳엔 속을 훤히 드러낸 폐가들이 이어졌고 담장이 무너진 공터는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잡초들로 무성했다. 인기척조차 느끼기 힘든 이곳은 지난해 4월 한 아파트 시행사가 공동주택 건설사업계획을 승인받은 지역. 2만 3천734㎡ 부지에 70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지만 개발의 낌새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근 한 주민(53·여)은 "밤만 되면 불량 청소년들이 드나드는데다 가로등마저 부실해 다니기가 무섭다."며 "좀도둑까지 설친다는 소문에 문단속하기 바쁘다."고 불안해했다.

대구지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도심 속 슬럼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 부지를 매입한 시행사들이 사업을 미루거나 재건축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개발부지 내에 빈 집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이 같은 빈 집들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슬럼화, 범죄에 노출될 것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각 구·군에 따르면 공동주택 건설사업 승인이나 인가를 받고도 이주나 철거가 늦어지고 있는 재건축 지역은 10여 곳에 이른다. 특히 건설사업 부지 내 주민들이 보상가 등을 이유로 이주를 거부, 철거가 늦어지면서 이미 이주한 가구들이 빈 집으로 방치된 경우가 적지 않은 것.

수성구 파동 모 재건축지구의 경우 재건축조합이 토지 등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관리처분을 받아 철거에 들어갔지만 아직 50~60채가 그대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수성구 두산동 재건축 사업부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5년 7월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보상가를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6개 라인 중 4개 라인만 철거되고 나머지 2개 라인이 그대로 남아있어 도심 속 흉물로 전락했다. 남구 대명 2동 주거환경개선지구의 경우 시공사와 재건축조합 간에 공사 시기 조율이 늦어지면서 93가구 가운데 수십여 채가 빈 집으로 남아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빈 집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애꿎은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부지 내에 각종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은 물론, 불량 청소년과 노숙자, 좀도둑 등으로 인한 범죄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 달성경찰서 화원지구대 관계자는 "악취나 범죄 위협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철거를 서두르거나 울타리로 막아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적지않다."며 "순찰을 강화하고 인근을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귀가시키는 것 외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 구·군은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시행사나 시공사에 철거 작업을 서둘러 주거나 울타리를 설치해달라고 종용하지만 강제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 더구나 주민들이 일부 거주할 경우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어 사업자가 순찰 인력을 배치하거나 경찰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신천동 주택재건축 사업부지의 경우 이주가 지지부진하자 범죄를 우려한 인근 주민들이 잇달아 민원을 제기,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주·야간 순찰 직원을 배치해 운영하기도 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사업부지에 빈 집들이 생길 경우 불량 청소년들이나 노숙자들이 기거하거나 쓰레기 더미가 되기 일쑤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아파트 재건축사업 시 완전 착공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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