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설립 관련자 교원 특혜 논란

입력 2007-10-18 09:25:13

정년 8년 후에도 고액 연봉 '지킴이 교장'

사립학교 설립자 출신 교장들이 공립학교에 비해 승진이나 정년·임기 등 신분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수혜를 누리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공립학교에 비해 교감·교장 승진이 지나치게 쉬운 데다 일부는 정년을 지나고도 교장직을 유지하면서 높은 연봉까지 받고 있지만, 정작 학교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대부분 국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교직 경력 3년만 돼도 교감=대구의 한 사립고 A교장(48)은 2001년 교장이 됐다. 학교 설립자의 가족인 A교장은 1991년 교직에 들어온 뒤 5년가량 평교사로 근무하다 교감으로 승진했고 다시 4년 만에 교장이 된 것. 경북의 또 다른 사립고 B교장(69)은 1968년 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한 뒤 1년1개월 만에 교장 자리에 올랐다. 설립자의 아들인 B교장은 교원 정년(만 62세)을 훨씬 넘겼지만 여전히 높은 연봉을 받으며 30년 넘게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초·중등 교육법이 교감은 3년 이상 교육경력을 가진 정교사 1급 자격증 소지자, 교장은 3년 이상 교육경력을 가진 교감자격증 소지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 설립자 경우 이 같은 '최저수준'만 충족하면 얼마든지 교감·교장에 임명될 수 있는 것. 교육청 관계자는 "설립자들은 사실상 재단 추천만 받으면 1개월가량의 연수를 거쳐 교감·교장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전했다.

설립자 또는 그의 배우자, 직계비속이 교장인 곳은 대구 경우 전체 사립 중·고교 83개교 중 10곳이며, 경북은 167개교 중 19곳이다.

◆정년 넘어도 높은 연봉=공립학교는 통상 25년 이상 근무 경력에 연구 성적 등 근무 점수를 잘 관리해야 교감 승진 대상이 될 정도로 자격 요건이 엄격하다. 한 공립고 교장은 "평교사가 교감·교장이 되는 비율은 통상 4~5%에 지나지 않고, 교장이 되고 나면 정년이 얼마 남지 않는다."고 했다. 비설립자 출신의 한 사립고 교장도 "교무·학생·환경 등 부장 경력 12년을 포함해 30년을 평교사로 일했다."며 "사립에서는 그 밖에도 입시 실적, 근무평정, 재단과의 관계 등이 좋아야 승진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설립자나 가족들은 교감·교장이 된 뒤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현행법이 자격은 공립교원에 준하도록 하면서도 정년은 재단의 정관에 따르도록 맡겨놓았기 때문. 개정 사립학교법이 지난해부터 사립학교 교장에 대해서도 4년 임기 1회 중임으로 제한했지만, 과거 근무기간은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지난해 기준으로 앞으로 8년이 더 보장된다.

경북의 경우 정년을 넘긴 사립교장은 모두 7명으로 평균 연령은 67.9세였고 1인당 평균 7천만 원가량의 연봉을 국고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경우 정년을 넘긴 사립교장은 2명이었다.

◆재단 전입금은 쥐꼬리=이 같은 특혜 시비에도 사립학교들의 높은 국고 의존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직원 연금부담금, 건강보험부담금 등 사립학교가 충당해야 하는 재단 전입금 중 실제 사립법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한 형편이다.

대구 C고는 지난해 2억 4천100만 원의 법정부담금을 내야 했지만 실제 부담금액은 800만 원(3.3%)에 그쳤고, 대구 D중은 법정부담금의 1.7%인 204만 원을 내놨다. 대구시교육청 사학담당은 "재단에서 100% 재단 전입금을 부담하는 학교는 극소수이며, 사립학교의 평균 재단전입금은 총 수요액의 12%가량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의 경우 지난해 전체 179개 사립 중·고교 가운데 법정 부담금액의 10%도 부담하지 않은 학교가 116개교(65%)로 절반을 넘고 있다.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학교도 7개교나 됐다.

이에 대해 사립학교 관계자들은 "사립학교 설립자들도 재단 정관에 따라 교감·교장 승진을 하고 있으며 정년 등이 공립학교에 비해 자유로운 것도 교육 사업에 자기 재산을 투자한 공로로 봐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특혜들이 결국 국가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학교가 개인 소유물도 아닌데 교장직을 30년 넘게 유지한다는 건 국가 예산 낭비이자 학교 운영의 왜곡을 부른다."며 "사립학교 설립자와 그 가족에 대해서도 국·공립교원과 같은 정년을 적용하는 등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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