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총정원 축소' 교육부-대학 또 정면충돌 위기

입력 2007-10-18 09:27:33

대학들 "최악의 경우 제도 자체 보이콧"

올들어 대입 '3불정책', 내신 반영비율 갈등을 빚어온 교육부와 대학이 이번엔 로스쿨 총정원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마찰을 빚게 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17일 "2009년 로스쿨 개원시 총정원을 1천500명에서 시작해 2013년까지 2천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대학 총장들이 즉각 긴급 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손병두 회장(서강대 총장)과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고충석 회장(제주대 총장)은 교육부 안이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교육부를 항의방문했는가 하면 사립대총장협의회는 18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18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로스쿨 문제 등을 포함한 대학교육 개혁방안에 대한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새사회연대 등으로 구성된 로스쿨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로스쿨 제도 자체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최악의 경우 교육부와 대학이 또다시 정면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교육부와 대학 간 충돌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3월에는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가 정부의 '3불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 시발점이 돼 일부 상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3불 폐지 요구가 거세게 일면서 '3불정책 고수'를 주장한 교육부와 마찰을 빚었다.

6월에는 새롭게 바뀌는 2008학년도 대입전형 시행을 앞두고 내신 실질반영비율 반영 문제로 또다시 갈등이 촉발됐다.

로스쿨 총정원을 둘러싼 갈등도 예고됐던 것이긴 하지만 대학들의 반발 움직임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3불정책, 내신갈등 사태 당사자가 사실상 서울·수도권 일부 대학에 국한돼 있었다면 로스쿨의 경우 서울·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국공사립대들까지 모두 연관된 문제인 만큼 자칫 전국적인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전의 3불정책, 내신갈등의 경우 주로 일부 상위권 대학들이 사태를 촉발시킨 측면이 없지 않았고 이에 따른 부정적 여론, 개별대학 간 이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이번 로스쿨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어 교육부가 한층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됐다.

고충석 제주대 총장은 "교육부가 법조계의 의견만을 대폭 반영해 안을 만들었다.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충분히 협의해 결정한 것인 만큼 어쩔수 없다. 예정대로 향후 일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 방침에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서 정부안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정치권은 17일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보고 받았으나 내용이 부실하다며 오는 26일 재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경북·영남·한동대를 비롯한 전국의 43개 대학. 정부 발표안대로라면 100명 정원으로 가정할 때 시작 단계에선 최대 15개 대학밖에 지정되지 못한다.

의원들은 18일 총정원 규모를 최소 2천 명 선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무부장관 출신 대통합민주신당의 천정배 의원은 3천 명 선을 주장했다.

통합신당의 이은영 의원은 "교육부가 (로스쿨 정원을 축소하려는)법무부와 법원 의견만을 대변했다."면서 "총 정원이 최대 2천5백 명이 되기 전에는 정식 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국회 교육위원장인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17일 국감 진행을 중지시킨 뒤 "26일 오전 10시 교육위원회를 열어 다시 보고를 받겠다."고 재보고를 공식 요청했다.

한편 정부의 로스쿨 정원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18일 "법률적으로 이번 문제는 교육부 총리가 법무부와 협의해서 확정하는 것이다. 이후 국회에는 보고만 하면 되는 것이지 국회가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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