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이 능력의 잣대로 여겨지는 우리 현실에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 박사학위는 물론 석사학위조차도 없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지난 15일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레오니트 후르비치(Leonid Hurwicz·90) 미국 미네소타대 명예교수가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지 않고도 경제학 교수로 임용된 데 이어 노벨상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폴란드 바르샤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보도된 후르비치 교수는 사실은 바르샤바대에서 법학사 학위(Magister Utriusque Iuris, LL.M.)를 받은 뒤 석사, 박사학위는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80년 9월부터 86년까지 미네소타대에서 유학한 하인봉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후르비치 교수는 비록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지는 못했지만, 미국 경제분야 연구소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뒤 미네소타대에 전격 임용됐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후르비치 교수가 폴란드 바르샤바대에서 받은 법학사 학위는 우리나라로 치면 학사와 석사의 중간 수준 학위"라며 "법학사 학위를 받은 뒤 영국의 런던경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밟던 중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했다고 본인한테 직접 들었다."고 했다. 또 16일 미네소타대 관계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 교수는 이어 "유학 시절 후르비치 교수로부터 '미시경제학'과 '수리경제학'을 배웠는데, 그는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의 어휘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뒤 평가하는 열정을 보였다."면서 "작년에 점심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한국어의 오묘한 구조에 관해 오랫동안 역설하면서 "구조상 우수한 언어 중 하나가 한국어"라고 치켜세워 주었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권오규 경제부총리, 강문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안국신 중앙대 교수, 심상달 KDI 선임연구위원, 이만우 고려대 교수 등이 유학시절 후르비치 교수에게 배웠다고 하 교수는 전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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