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그의 저서 '탈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식이 부(富)의 원천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20세기에 자본과 노동이 핵심 생산요소였다면, 21세기는 지식과 정보가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지식기반경제(knowledge based economy)로 이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드러커의 이러한 예언은 선진국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은 80년대 전반 날로 커지는 쌍둥이 적자와 오랜 경기침체에 시달렸다. 그러던 미국 경제가 90년대 중반 이후 자율화와 IT혁명에 힘입어 신경제라고 하는 장기호황 국면을 맞게 되었다. 여기에는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에 편승하여 금융·유통·법률·회계·소프트웨어·컨설팅 등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미국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20%에서 2004년 12%로 낮아진 반면,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은 같은 기간 동안 20%에서 33%로 늘어났다.
잃어버린 10년의 장기불황 터널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고 있는 일본도 지식기반서비스산업 육성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시(모노쓰쿠리) 문화에다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풍조 속에서 서비스산업의 기반이 취약했던 일본이 새삼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이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 값싼 제품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세계 143개 도시 중에서 서울의 물가수준이 3위에 오를 만큼 고임금·고물가 체제가 굳혀지면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 제조업 중심의 원가 경쟁만으로 승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과 후발개도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현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동시에, 미래의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인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웃소싱이 늘어나고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산업구조 면에서의 0.5차 더하기 현상, 즉 산업의 서비스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성장률과 경제성장 기여율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제조업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또 다른 역할은, 중간재로 투입되어 여타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도와줌으로써 전후방 연관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또한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은 국부유출을 막고, 해외자본 유입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13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을 배후 시장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뒤늦게나마 우리 정부도 지식기반서비스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성장의 엔진이 점차 꺼져가고 있는 우리 대구 경제를 되살릴 새로운 성장 동력 중의 하나가 바로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이다. 대구지역은 그동안 전통 제조업과 건설업, 그리고 소비형 서비스업이 지역 경제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기존 산업구조로는 일자리를 더 늘리기도 어려울 뿐더러 경쟁력의 우위를 지킬 수 없다.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도 중요하지만, 70%에 달하는 서비스산업의 구조고도화가 시급하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대구지역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GRDP 성장률이 제조업과 전통 서비스산업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이 앞으로 대구의 성장과 고용창출을 이끌 주력 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대구는 내로라할 기업이 적고 생산의 활력이 떨어진 희망 없는 도시로 비칠수 있다. 하지만 대구는 오랜 학문적 전통과 교육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고, 풍부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523만 명의 인구 규모를 지닌 대구·경북 경제권의 중심이자 1천320만 명에 달하는 영남경제권의 중추도시이기도 하다.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이 둥지를 틀고 커갈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입지적 특성과 가용 자원을 고려할 때 대구는 지식기반서비스산업 중에서도 교육, 의료, 문화, 금융, 관광, 유통, 사업지원서비스 등이 유망시된다. 특히 금융, 경영컨설팅, 디자인, 마케팅, 인력개발, 특허, IT소프트웨어 등과 같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사업지원서비스업의 전략적 육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식창조형 지식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체계적 육성은 향후 우리 지역에 조성될지도 모를 지식경제자유구역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화언(대구은행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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