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일한 대가에 합당한 월급을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심히 일하면서도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살아야 한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닐까.
지난 11일 비정규직법 시행 100일을 맞아 열릴 예정이었던 노사정 대토론회는 해고당한 노조원들의 돌발적인 항의 시위로 무산됐다."80만 원 받으려고 어깨가 내려앉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열심히 일했는데 해고된 지 3개월째"라는 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외침이 생생하다.
노동과 고용. 쉽지 않은 문제 같지만 이것만큼 현실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주제도 드물다. 하지만 비단 월급쟁이를 부모로 둔 아이들뿐 아니라 앞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야 하는 모든 아이들이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새로 나온 책 '객지(황석영 글/휴이넘 펴냄)'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간척 공사장에서 힘든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근로자들의 불행한 삶과 내일이 없는 노동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노동자들이 시달림을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모순을 보여주는 리얼리즘 문학의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야기는 바다를 메우는 일을 하는 간척지 공사장에서 벌어진다.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인부들은 일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인부들은 일당 대신에 전표를 받는다. 전표를 팔아 식사를 하고 생활용품을 사야 한다. 돈이 없다 보니 그것을 본래 가격보다도 싸게 팔기까지 해야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인부와 관리들 사이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대위'와 '동혁' 등 젊은 인부들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주와의 싸움을 준비한다.
노동 착취라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초등학생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책 편집이 눈길을 끈다. 책 첫머리에 말풍선 식으로 등장인물을 소개한 것도 이런 배려로 보인다.
"고향을 떠나 객지를 떠도는 우리에게 미래는 없는 것일까(동혁)", "땀 흘려 일하는 일꾼의 피를 빨아먹는 놈들. 가만두지 않겠어(대위)" 등 노동자들이 쏟아내는 분노는 "일꾼이야 내몰아버리고 새로 뽑으면 된다(사장)",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일이나 해(강서기)" 등 고용주들의 으름장과 대조를 이룬다.
노조의 부도덕성이 이슈가 되는 요즘 시대에 노동자는 선하고 고용주는 악하다는 식의 이분법이 한계를 갖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황석영은 특유의 사실적인 필체로 돈 많은 자와 가난한 자의 현실적인 문제를 문학으로 잘 풀어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실. 선한 사람이 늘 승리하지만은 않는 잔혹한 동화 앞에서 아이들은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1. '객지'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에 분노하는 간척 공사장 인부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참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보자.
2. '객지' 속 인부들이 겪는 일과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내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 또는 어떤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할까.
3. 작가 황석영은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작가로 손꼽힌다. '삼포 가는 길', '탑', '오래된 정원' 등 작가의 다른 책도 비교해보면서 리얼리즘 문학에 대해 생각해보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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