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 대구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 앞. 대구시가 대구사랑 체험하기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한 '으뜸산 돌아보기' 행사에 참가한 이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100명을 훌쩍 넘었다. 이들은 7조로 나뉘어 숲해설가 1명씩 각 조에 배치됐다. 이 행사는 등반이 목적이 아니다. 팔공산은 앞산, 비슬산, 대구대공원 뒷산에 이은 4번째 탐방 코스로 숲해설가, 역사전문가와 함께 숲길을 거닐면서 그냥 지나쳤던 나무 이름도 알고, 문화유산에 얽힌 역사이야기, 숲 해설 등을 듣는 시간이다.
"금방 썩을 거라고 과일 껍질을 함부로 버리면 안됩니다. 방부제가 많기 때문에 썩지 않거든요. 이 산의 주인은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손님이니까 조용히 왔다가 아무 흔적도 없이 나가줘야 해요."
숲해설가가 전해주는 소소한 이야기부터 나무이름, 나무에 얽힌 이야기들을 가지고 온 메모장에 적던 문경임(56·여·수성구 사월동) 씨는 "산에 오면 정상까지 발만 보고 걷잖아요.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내 옆에 있는 나무 이름도 모른 채 말이죠. 두 번째 참가인데 이 체험 프로그램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라고 했다.
등산로 주변의 작은 나무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염불암에 올라 지미희 영남판소리보존회 달성군지부장의 흥보가 중 '가난타령'을 감상했다. 또 이정웅 대구얼찾기모임 대표의 '팔공산의 역사'에 대한 알차고 재미있는 설명도 들었다. 이 대표는 "설악은 겉모양이 번지르르한 기생의 자태라면 팔공산은 고결한 인격과 부덕을 겸비한 양가의 맏며느리로 비유할 수 있지요. 국보가 2점, 보물은 무려 20여 점이 있습니다. 팔공산은 또 불상의 수나 불적이 경주 남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시사철 참배객이 끊이지 않아 오늘날의 불교성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불암을 출발, 동화사를 둘러보고 다시 출발지까지 오는데 6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쥔 수첩에는 팔공산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덩달아 대구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다.
이남(65·수성구 두산동) 씨는 "등반이 목적이 아닌 숲과의 소통, 나아가 대구 사랑으로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 덕택에 시간에 쫓겨 혼자 힘들게 산을 오르던 그간의 산행이 부끄러워졌다."며 "보다 자주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해준다면 입소문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점문 대구시 공원녹지과장은 "팔공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대구 시민들이 마시고 삽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선조가 살았고 후손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터전을 직접 다니며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며 "올해 처음 시행한 이 프로그램의 미비한 점 등을 개선해 내년에는 보다 알차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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