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간경변 투병 이용철씨

입력 2007-10-10 10:33:52

먹고 살기 힘들어 놓아버린 아들, 죄책감에 아버지 몸은 망가지고…

▲ 대구 한 병원에서 간경변으로 투병 중인 이용철(가명) 씨가 부인과 함께 장애시설로 보낸 아이의 사진을 안타깝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대구 한 병원에서 간경변으로 투병 중인 이용철(가명) 씨가 부인과 함께 장애시설로 보낸 아이의 사진을 안타깝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 북부정류장 육교 밑에서 호두과자를 팔고 있는 이용철(가명·43·대구 서구 비산동) 씨는 간경변으로 투병 중이다. 식도와 가슴 속 혈관 열일곱 군데가 터져 철심을 박아놓고 위와 간으로 세균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내고 있다. 이 씨는 한숨 한숨 말을 내뱉으면서도 아이 얘기만 나오면 입술을 떨며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움을 참는 것이란다.

이 씨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들 주현(14)이를 장애시설로 보낸 뒤부터 마시기 시작한 술이 화근이 됐다고 했다.

"그래요, 주현이는 뇌성1급 장애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간질에 발작, 음식을 삼키지 못해 호스를 꽂아 밥을 주입했지요. 그렇게 7년을 아내가 어렵게 키웠습니다. 그런데…."

7년 전 주현이는 경북 선산의 한 장애시설로 보내졌다. 호두과자를 팔며 아이의 약값을 대는 것도 병원을 오가는 것도 그들에게는 너무나 큰 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란 끈을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 기억 한구석에 작고 병약한 아이가 눈에 밟히며 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이를 떠나보낸 뒤 한잔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지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눈 앞에서 맴돌았거든요. 술은 늘어났고, 아이를 잊기 위해 마셨지만 술이 들어가면 그 아이 생각이 더 또렷해져 견디기가 힘들어져 버렸지요. 죄책감에 가슴팍을 후려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 씨는 술 때문에 올해 초 식도에 있던 혈관이 모두 터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 그리움이 터져버린 것처럼 거침없이 피를 쏟아냈다. 수술을 했지만 재발했고 지지난달에는 맹장염이 터져 복막염으로 번졌다. 당뇨합병으로 인해 수술도 받지 못하고, 약값이 없어 세월을 보내다 결국 가슴 속에 있던 혈관이 모두 터져버린 것이었다.

"호두과자를 팔다 오후가 되면 주위에서 일하던 이웃들의 아이들이 하나둘씩 학교에서 돌아왔지요. 꼭 내 새끼 같은데 내 아이는 저렇게 건강하게 걷지도 못하고 교복을 입지도 못하고…. 제대로 한번 웃을 수도 없었습니다. 모두 제 잘못 같은데 아직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란 게 하나도 없네요."

이 씨는 주현이란 이름을 철학관에서 큰돈을 주고 지었다고 했다. 박복한 운명 때문에 이름이라도 제대로 짓자며 그랬다고 했다. 호두과자 노점을 할 수 없는 여름철에는 철공소 견습생으로 일을 했지만 피치 못할 이유로 암내가 나는 이 씨를 사람들이 싫어해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웠다.

"주위에서는 다른 아이를 만들어보라는 권유가 많았습니다만 어찌 그게 가능한 일이겠어요? 또 모를 일이잖아요. 상처뿐인 주현이, 또 같은 전철을 밟을까봐 너무 겁이 나는 부모의 심정을…."

그는 주현이를 장애시설에 보낸 후의 하루하루는 산 것이 아니라 견딘 것이라고 했다. 삶의 의미를 잃었고 희망을 버렸다고 했다. "아내는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한푼 한푼 모으고 있습니다. 저는 호두과자를 팔아 한푼을 모으고. 왜 이렇게 사냐면요 사글세가 아닌 좀 더 그럴듯한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살아도 입에 풀칠할 수 있는 형편을 빨리 만들려고요. 그런데 몸이 이 지경이 돼 이제 힘든 일도 할 수 없습니다."

9일 대구 한 병원에서 만난 이 씨 부부는 품에 둔 아이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보고 싶은 그리움을 토해냈다. 술 때문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 넘쳐 이 씨의 혈관이 터져버린 것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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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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