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영남대 우동기 총장과 대담 및 특강

입력 2007-10-03 09:15:49

"세계가 하나의 공용어 가진다는 것은 행운"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기 소르망(Guy Sorman·63)이 2일 영남대를 찾았다.

영남대 60주년 기념 초청특강을 위해 한국에 온 기 소르망 전 파리대 교수는 이날 우동기 영남대 총장과의 대담 및 특강을 통해 '세계화의 긍정적 영향', '대학 교육의 혁신' 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특강에서 세계화를 '인류에게 가장 강력하고 긍정적인 운동'이라고 전제하고 ▷더 높은 복지를 향한 경제발전 ▷민주화의 진척 ▷문화적 풍요 ▷정치문화적 규범 확립 ▷정보의 확산 ▷법규의 세계화 ▷기업가의 역할 증대 등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또 사스(SARS)와 같은 전지구적 전염병과 테러리즘을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으로 꼽고, 이의 극복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 총장과의 대담에서 ▷대학 개혁을 위한 과감한 투자 ▷영어교육 등을 통한 글로벌 경쟁 ▷교육시스템에 기업 및 시장의 방법론 도입 ▷인터넷 등을 활용한 한국문화 정체성 확립 ▷남북한의 공동 역사교육 등을 조언했다. 다음은 기 소르망과 우동기 총장의 대담 요지.

-한국은 고등교육의 혁신에 대한 사회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대학의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세계적 흐름인가?

▶지난 1년의 교과과정과 교재, 교수법은 다음해에 완전히 바뀌어야 할 만큼 대학은 엄청난 유연성과 비용이 요구된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또 영어교육을 더 강화해 외국 학생을 받고, 외국자본도 유치해 대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모든 대학이 세계 교육시장과 경쟁하는 글로벌 경쟁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대학의 전통적 가치와 시장의 힘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 기금모금 등 기업과 시장의 기술적 방법을 교육시스템에 빌려와야 한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세계화 교육은 미국 중심의 전지구적 교육서열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하나의 공용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언어는 중립적이고, 영어는 하나의 도구이다. 과학자들에게 수학이 글로벌 언어이듯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이다. 한국어의 위축 또는 문화정체성 우려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잘 활용해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한국문화를 배우며 학위를 따게 할 수 있고, 한국에 유학온 외국학생들이 한국어로 수학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있다.

-남북간 관계 변화를 문명사적 흐름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독일과 프랑스는 1천년 동안 싸웠지만, 젊은 세대들은 조상들이 왜 싸웠는지 모른다. 현재 양 국은 같은 역사교과서를 대학교재로 쓰면서 하나의 역사를 배우고 있다. 남북한도 역사학자들이 힘을 합해 동일한 역사를 가르쳐야 이질적 문화와 가치를 극복할 수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 기 소르망은?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문명(문화)비평가이자, 경제·사회학자.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베이징 대외무역대학, 러시아 모스크바대, 프랑스 파리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1995년 프랑스 총리실 정책 수뇌부격인 전망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사회주의 종말의 여로', '열린세계와 문명창조', '자본주의 종말과 새 세기', '간디가 온다', '진보와 그의 적들', '중국이라는 거짓말' 등 저서가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