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최저-원자재값은 급등…수출업체 '망연자실'

입력 2007-10-02 10:40:05

원·달러 환율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1일. 수출기업마다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어쩔 도리도 없이 가만히 앉아 '생돈'을 날리게 될 형편에 놓였기 때문.

미국으로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등을 한 해 3천만 달러어치 수출하는 한 섬유업체. 이곳 관계자는 "최근 급락세를 타고 있는 원·달러 환율로 인해 불과 2개월 사이에 7천500만 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3천만 원의 손실을 본다는 것이다.

수출업체 사람들의 하루 일과는 '환율 점검'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자동차 와이퍼를 생산하는 KCW(주) 김용수 차장은 "중소기업은 환율에 대응한다고 해봐야 효과는 미미하다."며 "그저 환율이 더 떨어지지 않기만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1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1.40원 떨어진 913.70원으로 거래를 마감, 1997년 10월 2일(913.50원)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되자 수출기업들에게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더욱이 유가는 물론, 각종 원자재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면서 '앞으로 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8월 말 배럴당 67.92달러에서 지난달 말에는 76.56달러로 한 달 만에 12.7% 올랐다.

특히 부품소재업체들의 주력 원자재인 구리·니켈·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국제 현물시장에서 구리 가격은 지난달 말 현재 t당 8천87달러로 8월 말(7천536달러)보다 7.3% 올랐다. 구리 가격은 2004년 9월(3137.5달러)에 비해서는 3년 만에 2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소맥 가격이 22.4% 급등하고, 옥수수 가격은 15.1% 상승하는 등 국제 곡물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업들은 이익으로 남긴 자금을 고스란히 원자재 구입 비용 증가분으로 충당해야해 이익률이 극도로 떨어지고 있다.

대구의 한 은행 관계자는 "대구에서 '장사를 가장 잘한다'는 대형 제조업체조차 내부 유보를 하지 못하고 원자재 확보를 위해 자금을 소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때문에 지역에 돈이 돌지 않고, 결국 중소하청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들의 4/4분기 기업 경기 전망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달 지역 395개 기업을 대상으로 업황BSI(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 업황BSI는 지난달 90에서 이달에는 87로 떨어졌다. 지수가 100이상이면 경기가 좋고 100미만이면 경기가 안 좋다고 판단하게 되는데 100을 훨씬 못 미치는 지점에서 지수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인 것.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가 지역 187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이달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가 90.3을 기록, 전달보다 1.8포인트 내려갔다. 전국적으로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중소기업 건강도지수가 상승세(9월 95.3→10월 97.3)를 이어갔지만 대구경북은 하락세로 전환, 지역 경기의 위축세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지역 제조업체들은 가장 큰 애로로 ▷돈이 돌지 않는 내수시장 ▷원자재가격 상승 ▷환율하락 등을 꼽았다."며 최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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