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이제 어떨까?
지난 29일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경선 취재를 위해 광주로 내려가면서 줄곧 이런 생각을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 있을 때까지는 영향력이 정점으로 치달았겠지만, 야인(野人)으로 물러난지 5년이나 된 만큼 변화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DJ와 함께 3김 시대를 풍미했던 YS(김영삼 전 대통령)나 JP(김종필 전 자민련총재)는 정치판의 뒷전으로 물러나 앉았고 출신지역에서 영향력도 쇠락하고 있다. 가끔씩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그다지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DJ는 적어도 이들만큼은 아닐 것 같았다.
이번 대선정국만 봐도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범여권 정당들은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은가. 후보경선을 치르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후보들이 경쟁하듯 DJ를 찾았고, '그의 마음'이 자신 쪽으로 쏠려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모든 게 DJ가 호남을 중심으로 범여권 지지층의 표심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도착한 행사장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5년 개관한 '김대중 컨벤션센터'였다.
후보경선 장소로 이곳을 택했다는 데도 의미를 더하려면 할 수 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건물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명패를 걸어놓지는 않았지만 'DJ 기념실'을 방불케 하는 공간이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DJ 흉상과 옥중서신,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까지의 정치역정을 담은 빛바랜 사진 등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또 1980년 사형수로 입었던 수의(囚衣)와 인생 역정을 담은 사진첩 2권, DJ관련 저서들, 어록,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물 등등…. 전시실은 DJ를 '세계 지도자'로 의미부여했다. 적어도 호남에서만은 DJ를 어떻게 바라보고, 자리매김시키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전시실이 각종 국내외 행사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에 자리잡고 있으니, 이곳을 둘러봤을 내·외국인들도 적지않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건물밖으로 나오다가 또 놀랐다. 현지 주민의 표현을 빌리면 '젊은이들의 광장'이 있었기 때문. 오후 6시를 지나 어둑해질 무렵이었지만 학생들이 끼리끼리 모여 놀고 있었으며 공연장소가 될 듯한 공간도 있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까지….
컨벤션센터를 고리로 젊은이들의 광장과 DJ 기념실이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도 몇몇 학생들이 전시실을 둘러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불현듯 DJ의 영향력을 되짚어본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도 느껴졌다. 매일매일 젊은이들을 통해 각인돼 가고 있는 그이기에….
서봉대 정치부 차장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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