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가족여행을 즐기는 회사원 최상준(38) 과장은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지리산 여행을 다녀왔다. 최 과장은 여행준비를 위해 인터넷으로 지리산 근처의 예쁜 펜션을 예약하고, 그 일대의 맛집을 찾은 뒤 펜션과 맛집의 위치정보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보냈다.
최 과장은 휴대전화가 알려주는 대로 펜션과 맛집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또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블로그에 올려진 사진은 지도 위에 자동으로 표시되면서 사진만 게시될 때보다 더 현실감을 주고 있다.
이는 위치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LBS(위치 기반 서비스)폰 덕분이다. MP3, 카메라, TV와 컨버전스가 진행되어 왔던 휴대전화가 이제는 PND(Personal Navigation Device) 또는 텔레매틱스와 융·복합화되고 있다.
휴대전화의 새 테마로 LBS(위치 기반 서비스) 폰이 부상하고 있다. LBS 기능이 뮤직, 카메라를 잇는 휴대전화의 핵심 응용 프로그램이 되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서비스 개발에 열올리고 있는 것.
◆위치정보 수요증가와 사업환경 변화
2000년대 초반 LBS는 모바일 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많은 관심을 끌다 다소 시들했지만 최근 고객 수요증가와 사업환경 변화 등으로 휴대전화의 핵심 적용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LBS가 부상하고 있는 원인중의 하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다. 주 5일 근무제 확산 등으로 여가 생활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면서 전국의 관광지, 맛집 방문 등이 잦아지고 있다. 지도책만으로는 위치 파악이나 경로탐색이 쉽지 않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GPS 수신이 가능한 기기와 디지털 지도가 있다면 편리하게 나의 위치 파악과 함께 길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변 맛집 등 해당 지역의 상세 정보를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또 안전에 대한 욕구도 증가하면서 비상 상황시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 파악이 일반화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는 휴대전화에 모바일 911 서비스(국내의 119 서비스)가 지원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이나 국내에서는 '아이사랑' 등과 같은 자녀의 위치를 추적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대표적인 지도 서비스는 구글 맵/어스(Google Map/Earth) 서비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경로 탐색, 상세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더구나 구글 맵을 활용한 매쉬업(Mash-up) 서비스가 다수 등장하면서 디지털 지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구글은 실제 거리사진을 보여주는 '스트리트뷰'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PND 시장의 성장도 LBS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 550만 대에 불과했던 전세계 PND 시장이 2010년이면 5천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PND 시장도 지난해 120만 대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모바일 네트워크 진화와 단말 고성능화 등 모바일 인프라의 발전도 LBS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LBS는 서버 투자와 통신 비용 때문에 서비스 요금이 비쌌다. 그러나 초고속 네트워크가 구축되면서 서비스 초기 월 2만 원에 이르던 서비스 요금이 하락해 현재 5천 원 수준의 서비스도 등장했다.
◆3각 구도 시장경쟁
향후 LBS 시장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힘입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내년에 LBS 관련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LBS 시장에 포털 업체,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공격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존의 통신 사업자와 함께 3각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도사업자인 이동통신 업체들은 LBS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 및 신규 서비스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오렌지, 허치슨 등 다수 사업자들이 통신망 중심의 GPS망(A-GPS)을 구축했거나 계획 중이다. 기존 통신사업자 이외에 MVNO(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들의 도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북미 MVNO 사업자인 'Helio'는 정액제 요금으로 구글 맵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구글, MSN 등 포털 업체들도 유선 인터넷에서의 시장 지위를 모바일 시장에서도 유지하기 위해 LB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이동 통신사업자의 콘텐츠 제공자(CP) 역할을 하면서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전용 폰 개발에 열 올리고 있는 것. 최근 출시한 애플의'아이폰(iPhone)'에서 구글 맵/어스가 주요 적용사례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략적 제휴에서 벗어나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독자적인 플랫폼 개발도 추진 중이다.
해외업체중에는 노키아가 가장 적극적. 노키아는 LBS를 핵심 전략 요소로 지정하고 대부분의 모델에 GPS 칩을 탑재할 계획이다. 특히 지도 솔루션 업체인 'Gate5'를 인수해 콘텐츠 사업을 직접 하면서 지도와 일부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모토롤라, 소니에릭슨도 LBS 시장 성장에 대비하고 있다. 모토롤라는 지도 전문 솔루션 업체인 'Destinator', 'Jentro'등과 협력, 노키아와 동일한 서비스를 계획 중인데 기본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는 'Free Navigation'을 지향하고 있다. 소니에릭슨은 GPS 수신이 가능한 액세서리 제품(HGE-100)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소니는 2006년 디지털 카메라의 GPS 액세서리 제품인 GPS-CS1를 제공했다.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에 GPS-CS1를 연결하면 사진에 위치 정보가 저장돼 구글 맵 위에 사진을 등록할 수 있다.
◆단말 제조업체도 LBS 사업 가세
2010년 이면 GPS 탑재 휴대전화가 3억 6천만 대, 전체 휴대전화 시장의 2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휴대전화 기반의 LBS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통신사업자는 통신망, 포털업체는 지도 콘텐츠,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단말 플랫폼을 강점으로 저마다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속에서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사업 기회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단말의 고성능화로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LBS 콘텐츠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통신사업자나 포털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고 휴대전화 기능과 지도 정보의 결합이 수월해지면서 보다 차별화된 부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박동욱 책임연구원은 "국내기업들이 LBS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제조업체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 경쟁력 있는 지도 전문 솔루션 업체와의 전략적 협력, 젊은 층 중심의 체험 마케팅 프로그램마련 등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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