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 미녀 3인의 '추석 수다'

입력 2007-09-22 07:46:37

"한국에서는 왜 남자들만 절하나요?"

▲ 중국 유학생 야오진, 쉔샤오옌, 꽁쉬에메이(왼쪽부터) 씨가 대형마트에서 한국인 친구에게 줄 추석선물을 고르고 있다.
▲ 중국 유학생 야오진, 쉔샤오옌, 꽁쉬에메이(왼쪽부터) 씨가 대형마트에서 한국인 친구에게 줄 추석선물을 고르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경산 하양의 한 대형마트. 중국인 유학생 세 명이 추석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꽁쉬에메이(22·★龍 밑에 共 雪梅), 쉔샤오옌(22·沈小燕), 야오진(21·姚瑾) 씨 등 3명은 지난 2005년 9월 중국 강서성 남창시 강서사범대학에서 대구가톨릭대로 교환학생으로 왔다. 이들은 내년 졸업하면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보낸 추석은 2번. 올 추석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이다. 세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에서의 추석은 어땠을까? 세 미녀들의 유쾌한 수다를 들었다.

▶첫 번째 추석=외로움

꽁쉬에메이 씨와 쉔샤오옌 씨는 2005년 한국으로 온 뒤 첫 번째로 맞은 추석의 느낌은 외로움이었다. 낯선 땅에서 한국인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었다. 중국으로 가려고 해도 비행기 삯이 부담됐다. 할 수 없이 중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대형마트에서 해물류와 야채를 사서 파티를 하면서 보냈다.

꽁 씨는 "밥을 먹으면서 중국에 있는 부모에게 안부전화를 할 때는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꽁 씨와 쉔 씨는 추석날 대부분의 식당과 가게가 문을 닫아서 황당했다. 쉔 씨는 "중국에서는 추석에도 문을 닫는 식당이 없다."면서 "밥 먹을 데가 없어 곤욕을 치렀다."고 웃었다.

반면 야오진 씨는 룸메이트인 한국인 언니의 초대로 서울을 찾았다. 야오 씨는 "한국에 처음 와서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웠다."면서 "하지만 언니의 친척 어른들이 너무 잘해주셔서 감동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추석=가족애

두 번째 추석은 첫 번째 추석과 달라졌다. 꽁 씨는 룸메이트인 언니의 초대로 전남 광양을 방문했다. 추석 전날 각종 전을 부치고 언니의 가족들과 송편을 만들었다. 꽁 씨는 "해물전을 부치다가 기름이 튀어 손을 데었지만 즐거웠다."고 말했다. 떠들썩한 한국의 추석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여자들은 한복을 입고, 남자들은 양복을 입는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차례를 지내는 모습이었다.

"남자들만 절은 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중국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제사를 지냅니다."

꽁 씨는 추석 다음날 언니의 외가인 안동을 방문해서 밤과 사과를 따면서 즐겁게 보냈다.

쉔 씨도 작년 추석이 외롭지 않았다. 영덕이 고향인 한국인 친구 집에서 추석을 보냈다. 전을 굽고 송편을 만드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쉔 씨는 "한국의 추석은 정말 가족적이었다."고 말했다. 쉔 씨가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추석문화도 있다. 쉔 씨는 "한국에서는 큰 집에서 모든 추석준비를 한다."면서 "중국에서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이모, 고모 집에서 돌아가면서 지낸다."고 했다.

▶마지막 추석=설렘

올 추석은 이들이 한국에서 맞는 마지막 추석이다. 내년 졸업하면 중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마지막인 만큼 지난 추석보다 설레고 기대가 많다.

꽁 씨와 쉔 씨는 마지막 추석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다. 두 사람은 한국인 언니의 초대로 경북 안동에서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 꽁 씨는 "작년 추석 때 전 굽는 것과 송편 빚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이번엔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쉔 씨도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석인 만큼 이번 추석에는 아름다운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야오 씨는 아쉽다. 이번 추석에는 중국에서 보낼 예정이다. 자신의 생일이 추석과 겹쳤기 때문. 야오 씨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추석을 보내고 싶은데 아쉽다."면서 "한국인 가정에서 느낀 추석문화를 중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겠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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