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안동 간고등어

입력 2007-09-20 11:14:53

안동에 사는 사람의 직업을 분류하면 월급쟁이가 압도적이다. 변변한 공장 하나 없지만 국내 정부 기관의 사무소와 지점은 없는 게 없다. 타지 출신으로 안동으로 전근 오는 사람들은 으레 몸가짐을 조심한다. 양반 고장인 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도 얼마 안 가 안동을 편하게 대한다. 그러면서 안동의 넉넉한 인심을 말한다. 양반의 동네답게 접객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이 움츠린 외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다.

안동은 가난한 고장이다. 먹을 게 다양하지 않다. 달마다 돌아오는 제상에 고기반찬 변변히 올리지 못한 양반네가 즐비했다. 이런 안동 사람들이 손님에게 제일 많이 내놓는 게 있다. 안동말로 '간고디이', 바로 소금간을 친 간고등어다. 제사에도 올리고 손님이 오면 으레 간고등어를 굽는다. 간고등어는 안동에 있어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다. 부패하기 쉬운 생선이라 간을 치지 않고는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과와 고추, 산약(마)은 안동이 전국 으뜸이다. 그러나 나라 안에 안동을 알리는 대표적 상품은 이제 '간고등어'다. 바다와는 멀리 떨어진 내륙이 고등어의 산지 이상으로 유명세를 탄다. 바다가 없었기에 간을 해서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오랜 세월 이어진 소금간의 손맛이 고등어에 관한 한 최고의 대표 브랜드 '안동 간고등어'를 선사한 것이다. 내륙에서 먹기위한 고육책이 최고를 탄생시킨, 그야말로 필요가 명품을 낳은 것이다. 그 덕에 망망대해를 떠돌던 고등어도 양반의 고장 안동을 本(본)으로 얻게 됐다.

고등어를 일본말로는 '사바'라고 한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 일본사람들은 관청에 부탁을 하러 갈 때면 고등어 두 마리를 들고 가곤 했다. 물론 일도 해결됐다. 그래서 선물을 주고 환심을 사는 일을 '사바사바'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등어는 한국과 일본 중국사람이 많이 먹지만 최대 산지인 노르웨이 사람들도 먹는다. 터기 보스프러스 해협의 에미뇨류 항에 가면 항구 전체에 고등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배 위에서 구운 고등어를 빵에 넣어 먹는 고등어 케밥을 잊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주부터 안동에선 세계 탈춤축제가 열린다. 구경꾼만 백만 명이 넘는다. 당연히 불판 위에 굽히는 고등어도 엄청날 터다. 너울너울 춤판에서 간고등어 냄새에 흠뻑 취해봄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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