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공고 명퇴 대안학교로 간 최해룡 교사

입력 2007-08-31 10:05:21

"학교에서 내친 아이들 끌어안는 곳도 있어야"

▲ 30일 대구 남산동 가온학교에서 만난 최해룡 교사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꼭 활성화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30일 대구 남산동 가온학교에서 만난 최해룡 교사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꼭 활성화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저를 더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위해 정든 학교를 떠납니다."

대구 남산동에 자리 잡은 '가온학교(미인가 대안학교)'에서 만난 최해룡(54) 교사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경상공고에서 국사를 가르치면서 상담교사로 근무한 최 교사는 27년간의 교직생활을 끝내고 31일 명예퇴직을 했다. 이날은 그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세운 가온학교가 문을 연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자원봉사 선생님들에게만 아이들을 맡겨놓는 게 늘 미안했어요. 주변의 만류도 많았지만 제가 있을 자리가 가온학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온학교는 가출, 정학 등을 반복하다 아예 학교를 다니지 않게 된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다. '가온'이라는 교명은 아웃사이더로서의 방황을 끝내고 세상의 중심이 되자는 뜻. 현재 8명의 중·고생들이 주5일 등교해 교과 공부와 인성 교육, 봉사 활동, 텃밭 가꾸기 등을 하면서 원래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최 교사가 학교 부적응 학생들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5년 전. 학교에서 2부(야간부) 학생들의 담임을 맡은 때였다. "당시에는 비행청소년으로 찍혀 다른 학교로 쫓겨가거나 제적당하는 학생들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상담을 해보니 아이들 개인보다 가정환경 탓이 컸어요."

체벌 등 통제 위주의 생활 지도에 회의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학교 측에 전문 상담실을 만들 것을 제안했고, 이른바 '문제아' 지도에 매달렸다. 교육부 주도로 중퇴 학생들을 위한 복교(復校)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진행된 1999, 2000년에는 복교한 학생들의 80%를 졸업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한국카운슬러 대구지부에 가입, 본격적인 상담 연수를 받았고 2004년부터 대구 명덕초교에서 주1회 대안교실을 맡아 학교 부적응 학생을 지도했다.

가온학교의 1년은 어땠을까. "다루기 힘든 아이들인데 선생님들이 참 고생 많았다."고 공을 돌렸지만, 그 역시 학교(경상공고) 수업을 마치면 가온학교로 건너와 아이들과 함께 있다가 아이들 집까지 차로 바래다줬다. 아이들이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유혹에 쉽게 흔들렸다.

"나쁜 또래들과 어울리다 지방까지 도망간 아이를 한밤중에 잡으러 가기도 했고, 파출소에 가서 아이를 데려온 것도 부지기수였어요. 알코올 중독, 흡연, 절도, 폭력, 원조교제 등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했어요."

한 달 전엔 동네 선배들에게 붙잡혀 있다고 한밤중에 전화온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람도 컸다. 술 때문에 중1 때 학교를 그만뒀던 한 남학생(18)은 이 곳에서 마음을 잡고 다음달부터 직업훈련원에 다니게 됐다. 학교라면 질색하던 아이들이 가온학교에 잘 등교하고 있는 것만도 큰 성과다.

최 교사는 이달 중순 사이버 윤리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과 수원으로 닷새간 연수를 다녀왔다. 청소년들 사이에 채팅을 통한 매매춘,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접촉 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온학교 안에도 아동·청소년 상담센터를 두고 운영할 계획이다.

"'문제아'는 없습니다.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소외된 상처입은 아이들일 뿐이죠. 여러 대안학교가 많지만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