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갔던 구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하늘에 신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후 미국 아폴로 12호의 제임스 어윈은 "저멀리 지구가 오도카니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무력하고 약한 존재가 우주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의 은총이라는 사실을 아무런 설명 없이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똑같은 우주공간에서 무신론자와 유신론자가 보고 느낀 것은 이렇게 달랐다.
神(신)의 존재 문제가 요즘 지구촌에서 잔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구미의 저명한 과학자와 논객들이 다투어 펴낸 무신론주의 책들이 이 같은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원제 The God Delusion)'은 유신론자들로부터 격렬하게 비판받을 만큼 창조론 등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미국 터프츠 대학 교수인 대니얼 데닛의 '마법 깨뜨리기(원제 Breaking the Spell)',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무신론주의 논객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원제 God Is Not Great)'등은 하나같이 종교나 신은 인간이 선택한 문화적 장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빈자의 聖女(성녀)' 테레사 수녀(1910~1997년)가 50년간 신앙의 위기를 겪었다는 내용의 책이 출간돼 유신론'무신론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테레사 수녀의 聖人(성인) 추대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브라이언 콜로디에추크 신부. 그의 저서 '테레사 수녀:나의 빛이 되어라'는 독실한 신앙심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전 세계적 존경을 받는 테레사 수녀의 고통에 찬 신앙적 내면을 드러내 보인다. 이에 히친스 등 무신론자들은 '역시 종교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주장하나 하면 유신론자들은 콜로디에추크 신부의 말처럼 테레사 수녀의 고통은 믿음의 과정에서 겪는 신앙적 회의이며, 결국엔 "믿음으로 충만한 궁극적 구원"에 이르렀다고 믿고 있다.
신의 존재 여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물음일지 모른다.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물리학자, 수학자였던 파스칼이 '팡세'에서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의 문제는 이성에 의해 해답을 얻을 수는 없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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