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무대책이 '金融시장 공황' 키웠다

입력 2007-08-17 11:41:09

한국 금융시장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 자금) 청산이라는 두 가지 악재로 요동치고 있다. 증시는 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16일 하루 동안 주식 시가총액 72조 8천억 원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재정경제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확산되자,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참여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유동성 공급 등 선제적 대응책을 실시하고, 국제금융시장 상황 전개에 따라 시나리오별 비상대책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없었다. 어쩌면 대책을 준비했다 하더라도 속수무책이었을 공산이 크다.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와 함께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패닉상태로 돌변해 投賣(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지난 14일 엔 캐리 자금 청산에 따른 제2의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다. 가볍게 경고하는 발언이었다고 하나 불안한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경제 수장'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 됐다. 어쨌든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시나리오는 무대책으로 드러났다. 때로는 무대책이 上策(상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재경부 고위 관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국내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게 그저께다.

본란은 정부의 장담과 호언이 못 미더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강 건너 불'이 아니며 둑은 늘 조그만 구멍에서 터진다고 경계했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금융시장 위기 장기화에 따른 실물수요 위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내수 회복이 뚜렷하지 않은 터에 수출시장이 타격을 받으면 되살아나던 경기마저 후퇴하게 된다. 무대책은 더 이상 안 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