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친절이 실력이다

입력 2007-08-07 07:34:25

날씨가 참 덥다. 이럴 때는 조그만 일에도 짜증내기 쉽다. 그런 반면 아주 작은 칭찬에도 큰 기쁨을 느낀다. 또, 아주 작은 친절에도 감동 받는다.

오래 전 자동차 검사소에서의 일이다. 일과 시작 전에 도착한 내게 차를 한 잔 내 주고는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빙 둘러서 큰 소리로 인사하는 연습, 전화 받는 연습, 고객 대하는 연습을 했다. '친절히 모시겠습니다. 자동차 검사소 과장 아무개입니다.' 한 직원이 크게 선창하면 다른 직원들이 따라하곤 했다. 동작도 같이 했다.

대단히 신선했다. 우리 직장에는 저런 모습을 도입할 수 없을까 싶었다. 그런데 우리 교육청 민원실에서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꼈다. 행정직, 사서직, 전산직, 기능직, 인턴 직원 등 다양한 직렬로 구성된 민원실 식구들은 아침마다 친절 학습을 한다고 했다. 함께 모여 서로 칭찬하는 일부터 고객을 맞을 마음 자세, 업무 태도까지 나눈다고 했다.

민원실에서의 일이란 게 사람을 직접 대면하거나, 전화로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일이다. 사람이 많다 보니 별 사람이 다 있다. 차분하게 민원을 처리하고자 하는 분이 더 많지만, 욕지거리부터 쏟아내는 사람, 법과 규정은 아랑곳 않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 언론사를 들먹거리며 협박성 발언으로 일관하는 사람 등 다양하기 그지없다.

직원들은 매일 한 명 정도 속을 확 뒤집는 민원인을 만나게 된다. 여간 어려운 근무처가 아니다. 그런데, 매일 아침 자기 암시를 통해 친절을 체화함으로써 민원인에게도 도움을 주고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었다고 한다. 참 좋은 일이다.

학교 교육 현장은 행정기관과 달라서 무한 친절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니까. 특히, 자발적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학습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도하려면 엄청 힘들다.

또, 아이들은 엄한 교사의 지도에는 잘 따르지만, 약간만 편하게 해 주면 교사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친절하게 지도하고 싶어도 지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엄하게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교사의 진정성이다. 진정성의 정도에 따라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친절한 교사'란 학생들의 입장을 잘 파악해서 가르친다는 뜻이 될 것이다. 학급 학생들의 지적·정의적 수준과 개인차, 학교나 지역의 여건과 특성, 수업 시간에 일어나는 작은 문제까지도 학생의 입장에서 고려해 보는 교사가 '친절한 교사'다.

더운 날씨다.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이 기쁨과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친절한 태도로 임해보자. 행정기관이든 학교든 '친절'의 파급 효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친절 교육 강사가 말했다. '친절은 서비스가 아니라 실력입니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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