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부는 '풍수' 열풍

입력 2007-08-04 07:43:50

시대 흐름따라 '명당' 만드는 풍수 유행

▲ 부엌은 가정에서 가장 청결해야 하고 음식냄새가 집안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엌가구를 설치할 때는 나무재질로 된 것이 좋다.
▲ 부엌은 가정에서 가장 청결해야 하고 음식냄새가 집안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엌가구를 설치할 때는 나무재질로 된 것이 좋다.
▲ 도로보다 낮은 주택이나 고압선이 지나가는 것도 나쁜 주거환경이다. 또 도로는 집앞을 가로로 지나가면 괜찮지만 직선도로를 마주보는 주거도 좋지 않다.
▲ 도로보다 낮은 주택이나 고압선이 지나가는 것도 나쁜 주거환경이다. 또 도로는 집앞을 가로로 지나가면 괜찮지만 직선도로를 마주보는 주거도 좋지 않다.

'배산임수(背山臨水)'와 '수기류하행(水氣流下行)'.

풍수(風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배산임수와 청룡백호라는 명당의 조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전적 의미의 명당찾기보다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나 집을 재단장할 때 풍수인테리어를 고려하지않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하는 건설사도 단지배치에서부터 설계과정에 이르기까지 인테리어풍수를 도입한다. 당연히 아파트에도 명당이 있다.

▶생활풍수 열풍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 등에서 '풍수지리'를 공부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는 등 풍수사상은 도시생활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현대 도시생활에 풍수사상을 적용하는 것을 풍수인테리어라고 부른다.

최근 '풍수인테리어'란 책을 펴낸 박성혜 영남대평생교육원 교수는 "과거에는 풍수가 집이나 묫자리 등 '음택(陰宅)'에 치우쳤다면 요즘 풍수는 환경공학, 전자공학과 접목시켜 과학적 근거를 가진 '양택'(陽宅)"이라면서 "도시생활에 적용되는 풍수는 과학과 밀접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는 '배산임수형'을 선호하는데 이는 북쪽에서 부는 바람을 막기 위한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다."면서 "음양오행론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현대과학으로도 입증가능한 생활의 지혜가 풍수인테리어"라고 주장했다.

풍수학자 최창조 씨는 "전통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의 의미가 요즘에도 적용되는 부분이 없지않다."고 말했다. 최 씨는 '도시풍수'란 책에서 "탑이나 무덤, 절이나 사당, 옛 군부대터 같은 곳은 살 곳이 못 된다는 얘기는 풍수서뿐 아니라 실학자들의 '가거지관'에서도 자주 나타난다."며 "예를 들어 훈련소의 경우 어디나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춥고 바람이 많은데 그런 곳이 주거지로 적합할 까닭이 없다." 고 지적했다.

▶명당은 없다. 그러나 흉당은 피하자

그러나 요즘은 명당을 찾기보다는 명당을 스스로 만드는 풍수가 유행하고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거론하는 '10승지' 같은 이상향은 현대적 의미에서는 사라졌다.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두메산골에 들어가서 살라고 한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고속국도와 국도가 사방팔방으로 나고 각종 개발로 인해 과거 명당으로 이름났던 지역의 자연환경은 크게 변했다.

하긴 요즘 대도시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명당을 찾을 수는 없다. 대신 박성혜 교수는 '어제의 명당이 오늘의 명당이며 명당은 또한 흉당이 아닌 곳'이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풍수가 좋은 곳은 사람들이 이사를 가지 않고 오랫동안 살고 있는 곳이며 주택이라면 오래된 주거지로서 검증을 받은 곳이라는 것이다. 반면 주거환경이 좋지 못하거나 전 거주자의 집안에 우환이 있다면 좋은 집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창조 씨는 풍수인테리어도 객관적이고 하나의 관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집안의 생기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를 잘 하고 정리정돈과 청소를 잘 해야 하지만 집안을 꾸밀 때는 풍수인테리어의 유행에 따르지 말고 각자 취향대로 꾸미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변을 어질러놔야 편안해지는 아이에게 무조건 정리정돈을 잘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보풍수를 활용하자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환경이 친환경적이지 않을 때 풍수인테리어를 응용하는 것은 어떨까. 이를 '비보(裨補)풍수', 즉 도와서 모자란 것을 채우는 풍수라고 한다. 형편상 '명당'으로 주거를 옮기지못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 방의 창이 커서 바깥이 너무 잘 보일 때는 정서적으로 들뜨기 쉽다. 이럴 때는 블라인드를 치면 바깥을 가려서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채광효과도 낼 수 있다는 등의 방법이다.

부엌도 생활풍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부엌가구는 '-'자형보다는 'ㄱ'자형의 나무재질로 된 것이 좋다. 항상 청결을 유지하고 거실과 분리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파티션을 설치하는 것이 부엌의 기 흐름과 거실의 기가 섞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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