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펀펀야구] 야구 감독과 바둑 기사

입력 2007-07-27 09:11:14

선동열 삼성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을 두고 '지키는 야구'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포석부터 신중하게 운영해 치밀하게 집바둑으로 승부하는 '이창호 류(類)'인 것이다. 신참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즉각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드문 일이었지만 선이 분명한 경우였다.

그런 면에서는 김경문 두산 감독도 비슷한 입장이다. 선 감독처럼 바로 평가 받지는 못했지만 4년차 감독으로서 힘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스케일이 큰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리와 완력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두텁게 판을 짜는 스타일인 것이다. 바둑으로 치자면 최근 부상하는 박영훈의 스타일이다.

현재도 각 팀 사령탑을 맡고 있지만 연배가 높은 감독들은 비교적 늦게 자신의 스타일을 인정받았다. 김성근 SK 감독은 철저하게 자신의 생각이 주입된 생존의 야구를 한다. 재일동포로 일본에서 건너와 일가 친척이 없었던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일찍 어깨를 다쳤다. 은퇴 직후 25세의 나이로 기업은행 코치로 입문했는데 한국말이 서툴었던 탓에 오로지 야구에만 몰두했다.

이런 이유로 김성근 감독은 연구하는 분석가로서 잡초처럼 지도자 생활을 이어왔다. 역시 바둑으로 치자면 서봉수의 스타일이다. 서봉수의 바둑은 허세나 체면치레가 없다.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강자를 만나면 몸을 낮출 줄 알아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서봉수인데 승부사로서 참 닮았다는 느낌이다.

김인식 한화 감독의 야구는 상대의 적극적인 도전을 피해 가지 않는다. 공격에서는 파괴력을 선호하는 편이며 바둑으로 치자면 '대마 킬러' 유창혁 스타일이다. 필살의 한 수로 대마를 잡는 짜릿함이 곳곳에 숨어있지만 그러면서도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방어력도 강하다.

김인식 감독은 사통팔달로 적이 없는 인물이다. 만나는 지인마다 잘 어울려 2005년 비로소 집을 샀을 정도로 의리를 중시하는데 야구의 선도 분명하고 굵은 편이다.

강병철 롯데 감독의 별명은 '짱골라'다. 참을성이 강한 중국인을 빗대어 얘기하는 속어인데 무던히도 기다렸다가 필살의 카운터 펀치를 날리기 때문이다. 경기 흐름에 맡겨 자연스레 흘러가는 듯 하지만 늘 '숨겨진 카드'를 준비해 두는 스타일이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터진 유두열의 역전 스리런 홈런이 '강병철 야구'를 대변한다. 벌써부터 대타를 기용해야 하는 시점에도 '짱골라'처럼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바둑으로 치자면 종반 필살의 펀치를 날리는 윤준상을 닮았다.

김재박 LG 감독은 '선 실리 후 타계'의 이세돌과 흡사하다. 국지전에 강해 야금야금 실리를 취한다. 불리하면 반상 전체로 싸움을 걸어 되로 주고 말로 받아 챙긴다.

선동열 감독은 금년 시즌 상대 전적 4승10패로 유독 현대에 약했다. 행여 초년생인 김시진 현대 감독의 스타일을 파악하지 못한 탓은 아닐까? 최근 이창호가 신인에 약한 것처럼 말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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